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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60~100명 유골 쏟아져 한국전 최대학살 가능성

등록 2005-08-31 19:30수정 2005-08-31 22:13

경북 경산시 평산동 폐코발트 광산 주변 한국전쟁 피학살자 2차 유골 발굴 현장에서 31일 이태준 유족회 공동대표가 이번에 발굴된 유골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북 경산시 평산동 폐코발트 광산 주변 한국전쟁 피학살자 2차 유골 발굴 현장에서 31일 이태준 유족회 공동대표가 이번에 발굴된 유골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산 백자산 코발트폐광 2차발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경산유족회(공동회장 이태준·이동칠)는 16일부터 보름 동안 영남대 발굴팀과 함께 경산 코발트 폐광산 주변에 대한 발굴작업을 벌여 한국전쟁 당시 집단학살된 것으로 보이는 60∼100명분의 유골을 수습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발굴에서는 또 엠1·카빈 소총 탄두와 탄피뿐 아니라 권총용 탄환의 탄두도 발견됐다.

1차발굴지역서 300m

이곳은 2001년 3월 1차 발굴 때 수백구의 유골이 확인된 광산의 제2수평굴에서 산 위쪽으로 직선거리로 300여m 떨어진 곳이다. 따라서 폐광산의 갱도뿐만 아니라 주변 산속 일대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됐다는 주장에 신빙성이 더욱 높아졌다.

유족들은 주민 증언 등을 근거로 1950년 7월 초에서 8월 말까지 두 달 남짓 사이에 대구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정치범 등 재소자 2574명이 이곳 일대에서 집단으로 학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재소자들은 부산형무소에 이감되는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 당시 경산과 청도·영천 등 인근 지역 국민보도연맹원들이 경찰에 의해 예비검속을 당한 뒤 이곳에서 학살된 것으로 유족회는 추정하고 있다.

‘한국판 킬링필드’ 발굴 현장=대구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경북 경산시 평산동 백자산 기슭의 코발트광산 2차 유골 발굴 현장을 유족들은 ‘한국판 킬링필드’로 부른다.

피학살자 유족회의 안내를 받아 표본 발굴 중인 세 곳 가운데 에이(A) 지역 발굴 현장으로 갔다. 천막으로 둘러쳐진 비닐 포장을 들추자 50여년 동안 흙속에 묻혀 있는 유골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굴팀이 지표면을 1.5m 이상 파 내려가 발견한 유골 더미는 4~5평 남짓한 좁은 지역에 20∼30여구의 두개골과 대퇴부 뼈 등이 층을 이루고 쌓여 있었다.


발굴에 참여한 영남대 노용석 교수는 “대퇴부 뼈 등이 층을 이루고 쌓여 있는 것으로 미루어 구덩이 가에 일렬로 세워놓고 사살한 뒤, 또 다음 줄을 세워 학살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기록이나 당시 목격자의 증언, 유골 발굴 현장이 일치해 미발굴 지역 등을 고려하면 유족들의 주장대로 3500명 이상의 민간인이 학살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땅속 1.5m 층층이 다리뼈

이 피해 규모가 사실로 확인되면 미군에 의한 충북 영동의 노근리 사건보다 훨씬 규모가 큰 한국전쟁 최대의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유족회 이태준(68) 공동대표는 “제2수평굴과 연결된 수직굴(깊이 100여m 추정)이 학살된 사람들의 시신으로 가득 차자 피해자들을 인적이 드문 계곡인 2차 발굴 현장 등으로 끌고 가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거의 매일 군인들이 군용트럭에 사람들을 가득 싣고 와 빨갱이를 처형한다고 한 뒤 광산과 그 주변에서 살해했다고 주변 주민들이 증언했다”고 말했다.

에이 지역에서 직선거리로 50m 가량 떨어진 비(B) 지역에서도 수십구의 유골이 수습돼 부근의 컨테이너 박스에 마련된 임시보관소에 안치돼 있다.

이달부터 골프장공사

유골 발굴 정부가 나서야=그동안 폐광산 수평굴에 대해서만 1차로 일부 발굴이 이뤄졌을 뿐 가장 많은 유골이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코발트 광산 수직굴에 대한 발굴은 비용과 안전문제 등의 이유로 전혀 진전이 없다.

이번 발굴 지역 주변은 골프장 건설 예정지로 9월께 공사가 계획돼 있다. 이번 발굴은 유족들의 제안으로 골프장 건설회사가 자금을 대 겨우 이뤄졌다.

유족회는 유골이 추가로 나옴에 따라 애초 31일까지였던 광산 주변 지역에 대한 발굴기간을 일단 9월 말까지 연장해 줄 것을 경산시에 요청했다. 이 대표는 “한국전 당시 최대 규모의 양민학살 현장일 수 있는 이 지역에 대한 발굴을 민간기업과 유족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역사의 현장이 사라지기 전에 즉각 국가가 나서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산/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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