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안 오늘 입법예고
억울한 이 찾아 구제청구 도와
병원 옮길때 법원허가 의무화
억울한 이 찾아 구제청구 도와
병원 옮길때 법원허가 의무화
한아무개(79)씨는 지난해 6월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됐다. 습관적으로 돈을 요구해 몇년 전부터 연락을 끊고 지내던 아들이 건장한 남성 2명과 집에 들이닥쳐 한씨를 간이침대에 묶어 실어나갔다. 아들은 몇개월전부터 가끔 연락해 “돈을 주지 않으면 정신병원에 입원시켜버리겠다”고 한씨를 협박하던 차였다. ‘기억력 저하 정신증’이라는 사유로 입원하게 된 한씨에겐 외부와의 통화와 면회가 모두 금지됐다. 한씨의 지인이 우연히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서 8달 만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법무부는 정신병원 등에 억울하게 수용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신보호관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인신보호법 개정안을 15일 입법예고한다고 14일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제도는 신설되는 인신보호관이다. 인신보호관은 법무부 인권국 소속 직원으로, 평소 정신병원 요양소 등 수용시설의 부당한 수용 여부를 점검하고 억울하게 수용된 사람을 발견해 법원에 구제를 청구해주도록 검사에게 신청하는 구실을 맡는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11년 현재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시설에 강제 수용된 사람은 6만여명이지만 법원에 구제를 청구한 건수는 246건에 불과하다.
수용자가 빠르고 간편하게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개정안은 법원에 “억울하게 갇혀있다”며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는 사실을 한씨뿐 아니라 한씨가 지정하는 법정대리인과 후견인, 배우자 가운데 1인에게 반드시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했다. 병원 안에 구제를 청구하는 데 필요한 양식을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조항도 담겼다. 인신보호가 청구된 사람을 다른 병원으로 빼돌리는 것도 어려워진다. 법이 개정되면 법원에 구제신청을 한 이상 다른 병원으로 보내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퇴원시키려면 인신보호관에게 사전 통보해야 한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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