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징역 2년6월 선고한 원심 깨고 풀어줘
“교사가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 아동 부모와 합의해”
“교사가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 아동 부모와 합의해”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규진)는 훈계한다며 보육원 아이들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 이아무개(33)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씨는 동료교사 유아무개(33)씨 등과 함께 지난 4월 보육원 원생 ㄱ(12)군의 도벽을 고쳐주겠다며 보육원 인근 야산으로 끌고 가 엉덩이와 허벅지 등을 수십차례 때리고, 얼굴만 남겨놓은 채 몸을 땅에 묻어 30분간 방치했다. 이씨는 또 ㄱ군이 원장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나무막대기로 엉덩이를 수차례 때리고, 학습지를 풀지 않고 운동장에서 놀고왔다는 이유로 얼굴을 주먹으로 두차례 때렸다. 이씨는 또 ㄱ군의 성기를 만진 혐의(13살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도 받았다.
이씨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해 보육원생 ㄴ(당시 13살)군이 학교 친구와 싸웠다는 이유로 나무몽둥이로 엉덩이를 2~3차례 때렸고, 지난 4월에는 ㄷ(13)군이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배를 발로 걷어찼다.
1심 재판부는 “보호시설 종사자가 피보호 아동을 폭행하고 성추행해 비난 가능성이 크고, ㄱ군이 받은 충격이 매우 크다”며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과 신상정보 공개 3년을 명령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가 7개월간 구금 생활을 하면서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 아동 부모와 합의해 부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집행유예로 형을 감경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다른 학생의 돈을 훔친 것을 훈계할 목적에서 폭행·학대 행위를 해 범행 동기에 다소 참작할 점이 있고, 추행도 성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피해 아동과 더 친근해지려는 의도가 지나쳐 벌어진 범행으로 보인다. 범행 후에는 숙소로 데려가 몸을 씻기고 약을 발라주기도 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보육원 아이들에게 몽둥이로 때린 혐의에 대해서는 “행위의 수단이나 목적이 훈계 목적을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항소심 도중 피해자와 합의가 됐고, 일부 혐의가 무죄로 나와 감형 요인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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