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 또는 우레탄폼을 넣은 건축용 자재로 주로 단열재로 쓰인다. 석유화학제품이기 때문에 샌드위치 패널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화재가 확산된다.
구로 복합건물 공사장 화재
샌드위치 패널 등이 원인인데도
국토부 법규 3000㎡ 이상만 적용
사실상 해당하는 시설 드물어
“자재 엄격제한 안 하면 피해 지속”
샌드위치 패널 등이 원인인데도
국토부 법규 3000㎡ 이상만 적용
사실상 해당하는 시설 드물어
“자재 엄격제한 안 하면 피해 지속”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구로동 고층 복합건물 ‘지밸리 비즈플라자’ 신축공사장 화재(<한겨레> 27일치 10면)처럼 석유 부산물로 만든 스티로폼·우레탄폼 등 가연성 건축 자재가 잇따라 참사의 원인이 되고 있지만 관련 법규가 유명무실해 또다른 사고가 우려된다.
27일 경찰과 소방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지밸리 신축공사장 화재는 건물 밖 소화전 배관을 연결하는 용접작업 중 불꽃이 배관공사를 위해 뚫어놓은 구멍을 타고 지하 1층 천장부 우레탄 패널에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가연성 높은 우레탄에 붙은 불은 삽시간에 퍼졌다. 사망자가 발생한 2층 가건물 또한 ‘샌드위치 패널’(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 또는 우레탄폼을 넣은 건축용 자재)로 이뤄진 안전교육실이었다. 이곳에 화마가 덮치자 현장 근로자 2명은 미처 대피하지도 못한 채 숨졌다.
불연성 소재에 견줘 2.5~3배 값싼 가연성 소재는 화재 시 인명피해 규모를 키우는 주요 원인이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11월27일부터 1년간 집계한 연소 확대 사유 통계를 보면, 가연성 물질의 급격한 연소가 768건으로 전체 화재의 46.3%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 특히 우레탄폼과 스티로폼 등 석유화학제품은 불이 나면 기름처럼 빠르게 타면서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이 검은 연기는 시야를 방해해 신속한 대피를 어렵게 하고, 몇 모금만 들이마셔도 신경계나 호흡계에 손상을 줘 목숨을 빼앗을 만큼 치명적이다.
현장 근로자 40명이 숨진 2008년 경기도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사건은 가연성 소재가 화재의 ‘불쏘시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불이 난 냉동창고는 스티로폼을 충전한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해 지은 시설로, 지하 1층에서 작업 도중 인화성 물질에 불꽃이 튀면서 일어난 불은 순식간에 2만여㎡를 태웠다.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신축공사장 화재, 23명이 숨진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등도 모두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 같은 석유화학제품 자재가 인명피해를 키웠다.
국토해양부는 2010년 2월18일 ‘창고로 쓰이는 바닥면적 3000㎡ 이상 건축물’에 대해 연소하기 어려운 자재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실제 이 규정에 해당하는 시설이 거의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창고가 아닌 일반 건축물도 관련 법규는 허술하다. 건축법 52조를 보면, 내부 마감재료는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로 규정하고 있지만 시행령에서 지나치게 많은 예외 기준을 두고 있다.
박종국 전국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무기질 단열재나 친환경 건축 자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가격이 비싸 건축주들이 잘 쓰지 않는다. 관계 당국에서 자재 제한을 엄격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등 유기질 단열재 사용이 80%에 육박하지만 선진국일수록 불에 잘 타지 않는 무기질 단열재 사용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용접공과 용접 하청업체 현장소장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형사처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는 불꽃 착화를 막기 위한 용접포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용접 작업장의 용접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박유리 박수지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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