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버려지는 아기들 자족모임 미혼모들
아이 양육 프로그램 참여하고
‘알뜰 장터’에서 양육물품 구입 치료사 “필요한 건 심리적 지지
이야기 나누며 위축감 털어내” 미혼모의 손 모양을 본뜬 석고상 다섯 개가 모였다. 연주황색 석고, 무지개색 손톱을 덧칠한 석고, 보라색 물감을 점점이 찍고 집과 동산을 그려 넣은 석고 등 저마다 달랐다. 지난 1일 한국미혼모가족협회의 ‘나눔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한 미혼모 5명은 서로가 만든 손 석고상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나눔학교는 일주일에 한 차례 두 시간씩 미혼모에게 부모교육과 심리치료교육을 병행한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들이 함께 모여 각각의 아픔과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심리치료를 진행한 상담심리연구소 ‘동인’의 최지애 상담치료사는 “미혼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심리적인 지지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축된 자존감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미혼모가족협회는 2009년 3월 미혼모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미혼모 정책을 제안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미혼모가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미혼모와 아이들을 모아 명절에는 캠핑을 떠나고 함께 소풍도 간다. 나눔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아무개(32)씨는 “아이를 낳으면서 ‘애 아빠는?’ 같은 질문이 두려워 지인들과 멀어졌다. 의지할 데 없는 상황에서 위축돼 있었는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당당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혼모들은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석고상에 무지개색 손톱을 덧칠한 목경화(40)씨는 “내 마음 한 켠에 이렇게 화려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미혼모가족협회 대표인 목씨가 실수로 너덜너덜해진 석고상의 한쪽 손가락을 가리키며 속상해하자, 최지애 상담치료사가 나섰다. “자신을 탓하지 마세요. 만드는 동안 즐거웠고 실수를 통해서 하나 더 배웠으면 된 거예요. 아이의 실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탓하지 마세요.” 대한사회복지회, 한부모센터, 미혼모자시설 애란원 등에서도 비슷한 미혼모 모임을 운영한다. 대한사회복지회는 미혼모들의 아이 양육에 도움을 주기 위해 ‘유리드믹스’(음악놀이), ‘언어발달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부모센터는 한 달에 한 번씩 미혼모들의 자조모임을 열고, 애란원 ‘알뜰장터’에서는 기증받은 아이 장난감과 양육용 물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미혼모 이아무개(25)씨의 일주일은 아이와 자신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들에 참여하고 미혼모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가득 차 있다. 이씨는 “미혼모로서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선배 엄마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니 돈을 무조건 아껴야 했어요. 같은 처지의 엄마들을 만나면서 옷이나 장난감도 물려받고, 이분들 도움으로 주변 단체 등에서 양육비나 기저귀 등도 지원받을 수 있었어요.” 그는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다른 (미혼)엄마들을 만나면서 내가 사회적 편견에 가득찬 ‘미혼모’가 아니라, ‘엄마’라는 생각을 되새기게 됐죠. 스스로도 밝아졌어요.”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알뜰 장터’에서 양육물품 구입 치료사 “필요한 건 심리적 지지
이야기 나누며 위축감 털어내” 미혼모의 손 모양을 본뜬 석고상 다섯 개가 모였다. 연주황색 석고, 무지개색 손톱을 덧칠한 석고, 보라색 물감을 점점이 찍고 집과 동산을 그려 넣은 석고 등 저마다 달랐다. 지난 1일 한국미혼모가족협회의 ‘나눔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한 미혼모 5명은 서로가 만든 손 석고상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나눔학교는 일주일에 한 차례 두 시간씩 미혼모에게 부모교육과 심리치료교육을 병행한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들이 함께 모여 각각의 아픔과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심리치료를 진행한 상담심리연구소 ‘동인’의 최지애 상담치료사는 “미혼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심리적인 지지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축된 자존감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미혼모가족협회는 2009년 3월 미혼모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미혼모 정책을 제안하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미혼모가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미혼모와 아이들을 모아 명절에는 캠핑을 떠나고 함께 소풍도 간다. 나눔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아무개(32)씨는 “아이를 낳으면서 ‘애 아빠는?’ 같은 질문이 두려워 지인들과 멀어졌다. 의지할 데 없는 상황에서 위축돼 있었는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당당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혼모들은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석고상에 무지개색 손톱을 덧칠한 목경화(40)씨는 “내 마음 한 켠에 이렇게 화려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미혼모가족협회 대표인 목씨가 실수로 너덜너덜해진 석고상의 한쪽 손가락을 가리키며 속상해하자, 최지애 상담치료사가 나섰다. “자신을 탓하지 마세요. 만드는 동안 즐거웠고 실수를 통해서 하나 더 배웠으면 된 거예요. 아이의 실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탓하지 마세요.” 대한사회복지회, 한부모센터, 미혼모자시설 애란원 등에서도 비슷한 미혼모 모임을 운영한다. 대한사회복지회는 미혼모들의 아이 양육에 도움을 주기 위해 ‘유리드믹스’(음악놀이), ‘언어발달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부모센터는 한 달에 한 번씩 미혼모들의 자조모임을 열고, 애란원 ‘알뜰장터’에서는 기증받은 아이 장난감과 양육용 물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미혼모 이아무개(25)씨의 일주일은 아이와 자신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들에 참여하고 미혼모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가득 차 있다. 이씨는 “미혼모로서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선배 엄마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니 돈을 무조건 아껴야 했어요. 같은 처지의 엄마들을 만나면서 옷이나 장난감도 물려받고, 이분들 도움으로 주변 단체 등에서 양육비나 기저귀 등도 지원받을 수 있었어요.” 그는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다른 (미혼)엄마들을 만나면서 내가 사회적 편견에 가득찬 ‘미혼모’가 아니라, ‘엄마’라는 생각을 되새기게 됐죠. 스스로도 밝아졌어요.”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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