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젖먹이 모텔 방치’ 10대 미혼모의 기구한 인생유전

등록 2013-12-10 17:10수정 2013-12-10 20:04

이아무개(17)양은 아기 때부터 부산의 외할머니 집에서 자랐다. 미혼모인 엄마가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부모가 없다고 자주 놀렸다. 가슴에 꾹꾹 눌러담은 불만이 쌓일 때마다 외할머니한테 신경질을 냈다. 이양이 사춘기가 되자 외할머니는 보살피기가 버거워 경남 양산의 외삼촌한테 이양을 보냈다.

외삼촌과 외숙모는 잘 대해 줬지만 이양은 학교에 가기 싫어서 지난해 다니던 중학교를 그만뒀다. 우연히 휴대전화로 채팅을 하다가 또래 남자 친구를 사귀었다. 얼마 뒤 배가 불러왔다. 성관계를 후회했지만 아이를 지울 수가 없었다. 올해 8월 아기가 태어났지만 아기의 아빠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1월 절도 혐의로 소년원에 수감됐기 때문이다.

이양은 아이를 낳은 뒤 독립가구주 신청을 해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됐고 정부의 육아보조금도 받았다. 외삼촌과 외숙모가 아이를 많이 돌봐줬지만 4개월 동안 울며 보채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힘들었다.

이양은 지난주 무작정 아이를 안고 기저귀가 담긴 가방을 어깨에 메고 부산으로 왔다. 부산진구 서면 근처의 모텔방을 잡은 뒤 아이를 두고 놀러 나갔다가 돌아왔다. 처음엔 1시간마다 모텔로 돌아와 아이를 챙겼지만 점차 혼자 두는 시간이 늘어났다.

며칠 동안 모텔을 전전하던 이양은 지난 8일 오후 5시께 부산진구의 또다른 모텔방에서 아이한테 분유를 먹인 뒤 놀러 나갔다. 놀이기구를 타며 만난 여자 친구와 밤새도록 술을 마신 뒤 아이가 있는 모텔 옆의 또다른 모텔에서 친구와 잠을 잤다.

이양의 아이는 엄마가 밖으로 나간 지 17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전 11시께 얼굴에 이불이 덮인 채로 숨져있었다. 방을 치우러 왔다가 숨진 아이를 발견한 모텔 종업원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같은날 오후 3시께 아들이 죽은 지도 모르고 술에 취해 잠들어 있던 이양을 긴급체포했다. 이양은 경찰에서 “아이가 깰까 봐 다른 모텔에 있었다.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었다. 나가서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답답했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이양을 생후 4개월 된 자신의 아이를 모텔방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영아 유기치사)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