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화면 캡처
철도대학 1학년 재학생 대체인력으로 투입돼
84살 할머니, 발 끼인 채 1m 끌려가다 사망
“미숙련 대체인력 투입으로 사고 발생” 비판
84살 할머니, 발 끼인 채 1m 끌려가다 사망
“미숙련 대체인력 투입으로 사고 발생” 비판
철도노조가 "수서발 KTX 분리 운영 반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코레일이 철도대학 재학생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한 차량에서 승객 사망사고가 발생해 무리한 조처가 낳은 사고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코레일은 애초 철도노조 쪽의 “재학생 대체인력 투입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제기에 “문제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예견된 문제를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경찰과 철도노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날 오후 9시 2분쯤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 역에서 열차에서 내리려던 김아무개(84·여)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열차에서 내리던 중 문이 닫혀 발이 끼인 상태로 1m 이상 끌려갔다. 이후 공사중이던 승강장 스크린도어 벽면에 머리 등을 부딪쳐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졌다.
문제는 당시 열차 출입문 개폐 조작을 담당한 승무원이 실습 학점 이수를 조건으로 3일 동안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 철도대학 1학년 재학생이라는 사실이다. 애초 철도노조 쪽은 코레일이 지난 13일 철도대학 재학생 238명을 파업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것에 대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숙련되지 못한 학생을 대체인력으로 투입시킨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기관사 보조업무가 아닌 출입문 개폐 조작과 안내방송 등 고객서비스와 관련된 업무를 보고 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답변했다.
이 때문에 철도노조 파업의 불법 여부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코레일이 무리하게 ‘미숙련 대체인력’을 투입해 사고를 불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조의 파업이 합법일 경우에는 코레일의 대체인력은 불법이 된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16일 트위터를 통해 “1학년생을 차장으로 알바를 시켰답니다. 파업 시작하는데 운행률 100% 유지라니요. 정당한 파업을 방해하려는 철도공사의 불법으로 인해 벌어진 참사입니다. 국가살인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논평을 내 “이번 사망사고는 사측이 전동차 운행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자격이 없는 외부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철도노조 파업에 따라 필수유지업무의 차량운행률을 무리하게 높이면서 사고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몰아가는 정부의 행태에서 시민의 안전을 고려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도 코레일을 성토하는 글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아이디 @ac****)은 트위터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한 열차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명복을 빈다. 사고 낸 사람은 또 얼마나 큰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갈까. 일당 10만원에 실습점수 부여. 단 사고발생 시 본인책임. 철도대학생들에게는 악마의 유혹이다. 10만원줄게 대신 책임은 니가 져. 잔인한 코레일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디 @ph****도 “실무경험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철도대학생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고도 운행상 안전에는 절대 문제가 없다고 큰소리치더니 결국 승객의 사망사고가 발생했구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아이디 @mu****)은 “겨우 대학 1년생이 소위 ‘파업 대체인력’이랍시고 현장에 투입되었는데, 하필 사망사고가 발생. 다른 문제는 다 그렇다 쳐도 그 어린 나이에 자신의 실수로 타인의 생명을 끊어버린 그 학생이 평생 시달려야 할 트라우마는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준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은 “철도 파업을 하게 되면 노조 쪽에서 실질 유지업무를 할 수 있는 필수 인력을 남긴다. 그런데 코레일 쪽에서 무리하게 증편 운영을 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는 노조와의 대화를 피하기 위한 무리한 대체인력 투입 때문이다.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빨리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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