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을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강정구 교수 옥인동 보안분실로 불러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칼럼을 쓴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2일 서울경찰청 옥인동 보안분실에서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강 교수를 상대로 글을 실은 경위와 ‘통일전쟁’ 등의 표현을 쓴 배경을 조사한 뒤 이날 저녁 돌려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글의 내용과 강 교수의 진술을 검토하고 검찰과 협의해 처벌 수위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교수노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등 5개 교수단체와 국가보안법폐지 범국민연대, 민주화실천 가족운동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 종교인과 동국대 학생 등 50여명은 이날 오전 옥인동 분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 교수 처벌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들은 “강 교수 필화사건은 우리 사회를 냉전시대에 가두려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며 “학문적 견해 표명에 대해 경찰이 조사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죽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석운 국가보안법폐지 국민연대 공동위원장은 “시대 변화에 따라 할 일이 적어진 보안경찰이 억울한 사람을 처벌하려고 한다”며 “보안경찰 해체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어 “칼럼을 통해 한국전쟁에 대한 개인 의견을 밝혔을 뿐인데 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교수는 출석 직전 “‘통일전쟁’ 글을 둘러싼 논란은 남북이 적대적 관계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길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며 “좀더 생산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단체 등의 기자회견 장소 바로 앞에서는 강 교수를 고발한 자유개척청년단의 회원 10여명이 “김정일 하수인 노릇 하는 강정구는 북으로 가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다.
강 교수는 지난달 27일 인터넷매체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기고한 칼럼에서 “6·25 전쟁은 후삼국시대 견훤과 궁예, 왕건 등이 삼한 통일의 대의를 위해 전쟁을 했듯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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