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이 한창이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의 굴밭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희로애락이 담긴 곳이다.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 여파로 굴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곳 주민들은 6년 전 태안 만리포 해안에 기름띠가 덮쳤을 때처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갯벌을 지키고 있다. 다행히 이곳의 자연산 굴을 찾는 주문 전화가 밀려들어 주민들은 하루 10시간 가까운 노동에도 힘든 줄을 모른다. 추운 겨울, 태양이 떠오르고 나면 굴밭은 눈부시게 반짝인다. 남정네는 갯벌에서 캔 굴 껍데기를 잔뜩 실은 수레를 힘껏 밀고, 아낙네는 싱싱한 굴을 캐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갯바위에 붙은 껍데기 속에서 서해 바다의 영양분을 먹고 몸을 불려 기꺼이 내주는 굴. 갯벌과 살아가는 이들은 돌 위에 핀 꽃, 굴이 참 고맙다.
태안/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