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도법 스님·인명진 목사, 오늘 여당에 철도파업 해결 ‘대화 기구’ 제안

등록 2013-12-26 08:02수정 2013-12-26 10:02

박태만 전국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극락전에 머물다가 대웅전 앞으로 나와 기자회견을 통해 철도 파업 해결을 위해 종교계가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태만 전국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극락전에 머물다가 대웅전 앞으로 나와 기자회견을 통해 철도 파업 해결을 위해 종교계가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찾아가 ‘범사회적 대화 기구’ 제안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종교계 중재 기대하며 조계사로
조계사 “짐승도 내쫓지 않는 게 불교 정신…당연히 보호”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가 자리한다는 25일 성탄절,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는 평화 대신 온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수배를 받고 있는 박태만(55) 전국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조합원 등이 전날 밤 경찰의 눈을 피해 들어온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은 이날 250여명을 투입해 조계사를 포위했다. ‘노동운동의 성지’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본부까지 지난 22일 경찰에 난입당한 뒤 철도노조 간부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 과거처럼, 그들이 향할 곳은 종교의 품밖에 없었다.

사복경찰 40여명도 일대에 배치됐다. 경찰은 노조 간부의 사진을 손에 든 채 지나가는 시민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다. 특히 경찰은 차량이 조계사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경찰입니다. 수배자 검문검색 중입니다. 차 트렁크도 열어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차량 검문을 당한 신도 이아무개(75)씨는 “누구를 편들기에 앞서 경내에서 이런 풍경은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진과 경찰이 몰린 생경한 풍경에 신도들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신도 윤아무개(40)씨는 “낯설고 이상하다.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오후 2시께에는 철도노조 조합원들을 지지하기 위해 조계사를 방문한 시민 및 신도들과 사복경찰로 보이는 남성 3명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철도노조 관계자가 머물고 있는 극락전 주변을 서성이던 40대 남성을 붙잡아 “사복경찰로 의심된다”며 조계사 밖으로 끌어냈다. 이 남성은 “난 경찰이 아니다”라고 항의했지만, 그의 허리춤에서 수갑이 발견됐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묵고 있는 극락전 2층 대설법전(법회·교육 등이 열리는 다용도 공간)에 정확히 몇명의 조합원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4명이라고 했으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조계종 관계자는 “그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오후 1시께 점심식사를 마친 뒤 나온 빈그릇도 4명분 이상은 돼 보였다.

조계사는 수배자들을 내쫓지 않고 받아줬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미국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둘러싼 촛불집회 정국 때 박원석 광우병대책위원회 공동상황실장 등도 이곳에 몸을 숨겼다. 그 전에도 조계사는 명동성당과 함께 억압받는 이들이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는 ‘안방’과 같은 곳이었다. 박태만 부위원장은 “사전 허락 없이 찾아온 불청객”이라며 조계사 쪽에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날 조계사에서 만난 한 승려는 “산사에 찾아오는 짐승도 쫓지 않고 물과 먹이를 주는 것이 불교 정신이다. 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해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제 정의당 국회의원이 된 박원석 의원도 마침 오전 11시 반께 이곳을 찾아 박 부위원장 등과 대화를 나눴다. 박 의원은 “민주노총에서 벌어진 체포영장 집행 과정처럼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로는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 지금은 정부가 강경 일변도 대책을 내려놓고 철도노조, 그리고 각계의 국민들과 소통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계의 지지 방문도 이어졌다. 오전 9시50분께 유시경 신부 등 대한성공회 신부 3명이 조계사를 찾았다. 10여분 동안 철도노조 관계자를 만나고 나온 유 신부는 “불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지지하고 기도하는 마음이다. 국민들도 여론도 지지하고 있으니 힘내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박태만 전국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피신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25일 오후 시민들이 경내에 있던 사복경찰을 끌어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태만 전국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피신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25일 오후 시민들이 경내에 있던 사복경찰을 끌어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우리 사회의 양심을 지켜오신 종교계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조계종에서 현재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파업과 대화를 무시한 정부의 일방적 탄압,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중재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파업이 파국을 향해 달리는 기차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정부와 여당은 이정현 청와대 대변인의 “자랑스러운 불통” 발언을 의식이라도 한 듯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철도노조 지도부는 종교시설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조속히 나와서 불법파업 조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소수 강경 지도부의 입장만을 고집하지 말고 코레일 및 관련 부처와의 대화와 협상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국을 피하기 위한 중재 노력이 이날 조계사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종단 안팎의 대립과 갈등 문제의 해법을 제시해온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노동위원회와 함께 철도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조계종 노동위원회는 총무원장의 지지를 받는 종단 내부의 공식기구다.

화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도법 스님이다. 도법 스님의 측근은 25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철도노동자들이 조계사로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도법 스님이 아침에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들에게 ‘화쟁위가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전화를 돌렸다. 무언가 결실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총무원 자체에서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 가능성은 적지만 일단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겠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미 총무원장에게 보고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중재 움직임도 포착된다. 도법 스님과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26일 오후 국회로 찾아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기로 했다. 철도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인 대화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신해 온 노동자들이 묵고 있는 건물은 극락전이다. 극락전이 모시는 본존불(법회의 중심이 되는 부처)이 바로 아미타불이다. 아미타불은 극락에 머물면서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는 부처다. 세상에 비치는 광명에 끝이 없다고 하여 무량광불이라고도 불린다. 차별 없는 자비를 뜻한다. 노동자들을 이곳에 묵게 한 것도 현재 노동계를 외면하고 ‘대화의 빛’을 보내지 않는 정부를 향한 무언의 암시인지도 모른다.

이정국 방준호 박수지 기자 jglee@hani.co.kr

박 대통령 사전엔 ‘대화’란 없는가 [성한용의 진단 #215]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