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붕년 서울대 의대 교수
기고/ 김붕년 서울대의대 교수
아이의 뇌와 마음은 꾸준한 환경적 자극과 체계적 교육에 의해 크게 바뀌는 게 특징이다.
영유아의 뇌 발달에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발달의 특정 시기에 자극이 부족하면, 나중에는 영영 회복할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개 1~6살은 뇌세포들이 연결되어 뇌신경회로가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결정적 시기’다. 6살까지 인간의 뇌는 고정된 하드웨어가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서 신경망의 연결 위치를 스스로 바꾸어 다른 반응을 하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준다. 언어를 배우는 능력은 3살이면 사실상 끝이다. 3살 이전에 뇌손상을 받으면 반대쪽 뇌가 그 기능을 받아서 언어적 능력을 회복시킨다. 하지만 3살이 지나고 나면 기능적 보완이 일어나지 않고 언어 기능을 상실한다.
신경망의 생존에도 진화의 법칙이 적용된다. 사용하면 발달하고, 방치하면 담당하는 뇌의 회로는 약화되고, 결국 구조적으로도 사라지게 된다. 신경회로망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향력과 연결망을 넓혀나가려면, 그 신경망에 연결하려는 다른 뉴런이 많아야 하고 자주 활용되어야 한다.
숟가락질처럼 늘 쓰는 기능의 신경망은 따로 훈련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바이올린 연주는 의식적 노력이나 훈련 없이는 관련된 신경망이 유지되지 못한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느냐가 어떤 신경망을 유지시키고 도태시킬 것인가를 결정한다. 태어나서 첫 3년은 기본적 조절 기능, 언어 기능, 배설·수면 같은 생물학적 리듬 등이 모두 결정되는 결정적 시기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 그대로다.
이처럼 뇌 발달의 근저에는 유전 요인과 더불어 환경 요인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납과 같은 독성물질만이 아니라, 아동이 겪는 심리적 외상과 스트레스도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운동발달-감정조절-주의력 및 학습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건강한 뇌 발달을 위해서는 편식이 아닌 균형 잡힌 영양식과 같은 고른 자극이 필요하다. 특히 영유아는 더욱더 균형 잡힌 경험, 자극, 교육이 중요하다. 편중된 경험·자극과 제한된 반응 연습은 뇌의 제한적 활용을 가져오고, 경험에 의존하는 시냅스의 형성과 신경망 형성도 제한적 양상을 띠도록 만들어 결국 균형 잡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스마트폰의 편중된 활용이 문제 되는 이유다. 스마트폰은 다양하게 활용되는 매우 풍부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편중되고 왜곡된 활용이 문제다. 스마트폰을 통한 다양한 기능 활용 능력은 보통 10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필요하다. 그 이전에는 90% 이상이 게임도구로 활용되는 현실이다. 특히 영유아나 걸음마 하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은 게임, 그중에서도 단순한 유형의 게임의 반복으로 활용이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도구는 스마트폰의 애니팡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스마트폰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스마트폰에 대한 과도한 의존 또는 불균형적인 활용이다. 뇌 발달도 신체 발달과 비슷하다. 신체운동을 해야 근육·심장·폐가 발달하는 것이지, 효율성만을 강조한 채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모든 것을 처리하면 신체는 허약해지고 기계에 대한 의존성은 점점 더 커진다. 엘리베이터가 우리를 4층까지 빠르게 오르게 해주지만, 근육 발달에는 해가 될 수 있다. 다리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편리하고 스마트한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의식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아이들의 뇌 발달도 마찬가지이다.
김붕년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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