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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꼭꼭 숨은’ 재벌 회장님 비밀금고방 열어보니…

등록 2013-12-30 22:25수정 2013-12-31 11:44

이미경 씨제이이앤앰(CJ E&M) 총괄부회장은 동생인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상암동에 있는 씨제이이앤엠 빌딩. 연합뉴스
이미경 씨제이이앤앰(CJ E&M) 총괄부회장은 동생인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상암동에 있는 씨제이이앤엠 빌딩. 연합뉴스
CJ 전 재무팀장 법정 증언…가로세로 3m, 쇠창살 ‘무장’
들어가려면 열쇠 2개·리모컨·비밀번호 필요…비밀계단도
수천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재현(53) 씨제이(CJ) 회장의 재판에서 이 회장이 자신의 사무실 옆에 사람 10명이 들어갈 크기의 ‘은밀한’ 비밀금고방을 만들어 매달 수억원씩 빼돌린 회삿돈을 쌓아놓고 사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용관)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횡령 등 혐의 공판에서 씨제이제일제당 경리파트장 출신 이아무개(53)씨와 재무2팀장을 지낸 이아무개(44)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방법과 사용처를 상세히 공개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장은 씨제이제일제당 경리파트에서 매달 현금 2억~4억원을 전달받아 사용했다. 이 전 파트장은 “우리 직원이 쇼핑백에 현금을 넣어 (이 회장의 개인자금을 관리하는) 재무2팀에 전달했다. 이 회장에게 보낸 현금의 가짜 영수증을 만들기 위해 술집 웨이터에게 영수증을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은 재무2팀이 씨제이 본사 14층에 마련된 비밀금고방에 보관했고 이 회장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집어썼다.

특히 이 전 재무2팀장의 진술은 보통 사람들의 접근이 불가능한 재벌 회장님 개인 비밀금고의 ‘속살’을 상세하게 드러내 눈길을 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이 회장은 본사 14층 자신의 사무실 옆에 쇠창살과 철제 방화문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가로세로 3m 크기의 방으로 된 콘크리트 금고방을 두고 있었다. 금고의 크기는 사람 10명이 들어갈 수 있으며, 이 회장의 개인자금과 회사자금이 구분 없이 섞여 보관됐다. 또 이 전 재무2팀장이 근무했던 13층과 이 금고방 사이에는 비밀계단이 놓여 있었다.

가벽 뒤에 숨은 이 금고방에 들어가려면 열쇠 2개와 리모컨,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금고방이 있는 사무실을 들어가면 책상 2개, 현금계수기 등이 놓인 사무공간이 나온다. 여기서 열쇠와 리모컨, 다시 열쇠로 문을 차례로 열어야 철제 방화벽으로 무장한 금고의 비밀번호를 누를 수 있다.

금고는 콘크리트 바닥에, 콘크리트 벽으로 돼 있다. 만원짜리를 1억 단위로 차곡차곡 쌓아놨다. 직원들이 현금을 넣어두고 대장에 이를 기록한다. 넣을 일이 있으면 넣고 몇월 며칠, 누가, 얼마를 넣었다는 식으로 내용을 적는다. 무엇이 차명주식 매각 대금인지 차입금인지 하는 식으로 ‘돈의 성격’에 따라 분류되지는 않는다. 어디서 들어왔고, 어디에 쓰였다는 것은 명확하게 기재된다.

이 전 재무2팀장은 사용처와 관련해 이 회장의 카드대금부터 이 회장 고모가 사는 집의 유지보수비 등 대부분 사적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회장의 고모댁에 쓸 경비는 ‘장충동’으로 일계표(손익계산서)에 표기해두고 자택의 시설유지비, 기자재 구입비 등으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쪽은 “금고방에 보관하는 개인자금만 개인용도로 썼을 뿐 회사자금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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