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자 진술 수차례 번복”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유상재)는 초등학생 손녀를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로 구속 기소된 ㄱ(7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ㄱ씨는 2008년과 2011년 집에서 손녀 ㄷ양의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ㄱ씨는 ㄷ양에게 평소 손버릇이 나쁘고 늦게 귀가한다는 이유로 욕을 하고 매질을 하기도 했다.
ㄷ양은 경찰 조사 때는 피해 시점이나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말을 바꿨다. 2008년의 피해 시점을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인데 2학기였다’고 말했는데 실제 퇴원은 그해 5월이었다. 또 2011년 피해 시점도 1학기였다고 했다가 이후 답을 하지 않기도 했다. ㄷ양은 “(할아버지에게) 당한 건 몇 개 없는데 왠지 벌을 안 줄 것 같아서 꾸며냈다. 할아버지가 밉고 벌을 더 받게 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직접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 그런데 피해자의 진술은 경찰·검찰·법정을 거치면서 피해 횟수 등이 상당 부분 줄었고, 피해 일시나 구체적인 방법, 정황 등에 관한 진술 내용도 수차례 번복됐다. 피고인에 대한 반감 등으로 사실관계를 확대하거나 허위로 가공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하기는 하나, 피해자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으니 절대 손녀를 찾아가지 말라”고 ㄱ씨에게 경고했다. ㄷ양은 아동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ㄷ양을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웃주민 ㄴ(77)씨의 경우, 한 차례 범행을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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