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6억 세금포탈·690억 횡령 혐의
효성그룹 탈세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1506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회사 돈 69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배임) 등으로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이상운(62) 부회장과 조 회장의 큰아들 조현준(46) 사장 등 4명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조 회장 등은 1998년 외환위기 때 부실채권을 안고 있던 효성물산㈜과 효성티앤씨 등 4개 회사를 합병한 뒤, 채권을 변제받은 것처럼 꾸며 그 돈으로 값비싼 장비를 산 것처럼 장부에 기재했다. 이후 2008년까지 실제로는 없는 장비를 감가상각하는 방식으로 8900억원에 이르는 회계분식을 해 법인세 1237억원을 포탈했다. 검찰은 조 회장한테 회계분식으로 이익이 난 것처럼 꾸며 500억원의 배당이익을 챙긴 혐의(상법의 위법배당)도 적용했다.
검찰은 조 회장과 이 부회장이 2004~2005년 효성의 국외 법인자금 6500만달러(690여억원)를 홍콩에 세운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빼돌린 사실을 파악했다. 또 검찰은 조 회장이 효성 싱가포르 법인이 조 회장 소유의 서류상 회사인 시티아이(CTI)에 빌려준 돈을 회수 불가능한 자금으로 처리해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 233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판단도 어느 정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을 때 영장 발부·기각 여부에 따른 실익을 따졌고, 그 판단에 따라 보강수사는 하되 영장은 재청구하지 않고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범죄 양형 기준은 포탈액이 200억원 이상이면 징역 5~9년, 횡령·배임 범죄는 횡령·배임액이 300억원이 넘으면 징역 5~8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해 7월 963억원의 횡령 및 546억원의 조세포탈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현(54) 씨제이(CJ)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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