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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용산참사 5년 됐지만…“남일당 현장 보면 온몸에 냉기”

등록 2014-01-12 21:30수정 2014-01-20 15:41

12일 용산참사 5주기를 일주일여 앞두고 2009년 당시 화재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 주차장 바깥벽에는 ‘용산참사 진상 규명,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글귀가 쓰인 찢긴 벽보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2일 용산참사 5주기를 일주일여 앞두고 2009년 당시 화재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 주차장 바깥벽에는 ‘용산참사 진상 규명,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글귀가 쓰인 찢긴 벽보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아물지 않는 아픔

철거된 터 주차장으로 쓰는 등
경기 나빠 재개발 아직 불투명
유족들 4개월째 시위 이어가
“책임자 처벌 때까지 싸울 것”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 퇴진”

이번주 범국민 추모주간 행사
시민 2000여명 추모위원 동참
금은방 ‘남일당’이 있던 5층 상앗빛 건물은 용산4구역 철거민들이 마지막으로 오른 망루였다. 이곳에서 2009년 1월20일 불길이 치솟아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다. 5년이 지난 12일 <한겨레> 취재진이 찾은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에는 자동차 10여대와 낡은 컨테이너가 놓여 있었다.

지금 이 공터는 주차장이다. 주말은 무료이고 평일에는 1000~2000원씩 받는다. 주차장 관리 사무실 겸 재개발 조합 사무실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건물엔 ‘(재개발) 계획 변경서’ 등의 서류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주변 부동산과 조합에선 “곧 건물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지만, 부동산 시장 상황이 나빠 여전히 시공은 불투명하다. 시공사 선정이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주차장 관리인은 “조합원들도 죽을 맛이다.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기로 돼 있는데 시공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일당 건물에 올랐다 숨진 양회성씨의 아내 김영덕(58)씨는 하루 두번씩 남일당 터를 지난다. 그때마다 건물에 오르기 전 남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새긴다. “보고 싶을 때는 길 건너에 서 있으면 내려다볼 거라고 말했어요. 지금도 그 길 지나가면서 속으로 ‘나 여기 있다’고 남편에게 말해요.”

남편 이성수씨를 잃은 권명숙(52)씨는 남일당 터에 가지 않는다. “현장을 보면 온몸에 냉기가 흐르는 것 같아요. 책임 있는 사람은 마땅히 처벌받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길 바랄 뿐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싸울 수밖에 없어요.”

유족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아직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사무국장은 “용산참사 재판은 고인을 가해자로 만든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 재판이 전부였다. 8명의 철거민이 징역을 살았다. 경찰의 책임을 묻는 재판도,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 설치도 된 적이 없다. 이대로라면 고인들은 경찰을 죽인 범죄자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정부 차원의 용산참사 진상조사 위원회 설치와 관련해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했지만 아직까지도 별 움직임은 없다. 도리어 용산참사 진압의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해 10월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용산참사 유족들은 그나마 시민들로부터 힘을 얻는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모집한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 추모위원’에 10일까지 시민 2000여명, 단체 140여곳이 몰려들었다. 추모위원에 이름을 올린 대학생 김미량(23·인하대)씨는 “휑한 남일당 터를 가보고 이 공터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국가폭력의 잔인함을 증언해주실 유족들이 계속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모위원으로 나선 이선형(51)씨는 북아현동 뉴타운 재개발 때 운영하던 곱창집을 철거당했다. 다행히 지난 12월, 서울시의 도움으로 서울 마포구에 다시 가게를 열 수 있었다. “700일 가까이 가게를 구하려 투쟁을 하다 보니 용산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됐다. 돌아가신 분들께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다.” 추모위원은 17일까지 모집한다.

13~20일은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 추모주간’이다. 13일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상가 세입자 피해 증언대회, 영화 상영회, 추모 예배 등이 이어진다. 18일 참사현장에서는 범국민 추모대회가 열리고 서울역까지 행진한다. 6일부터 시작된 ‘용산참사 진상규명, 김석기 사장 퇴진 1인시위’도 광화문 광장 등 서울 곳곳에서 이어간다. 5주기 당일인 20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선 추모제가 열린다.

방준호 이재욱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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