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반대로 지난해 9월 건물 완공 이후로도 개장이 보류돼온 서울 용산 마권장외발매소(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지하 7층, 지상 18층 규모로 지어진 새 건물은 인근 학교들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친박 현명관 회장 취임뒤 속도전
마사회 “17일 또는 24일 영업 시작”
학부모들 “학습권 침해” 큰 반발
마사회 “대부분 주민 찬성” 주장
마사회 “17일 또는 24일 영업 시작”
학부모들 “학습권 침해” 큰 반발
마사회 “대부분 주민 찬성” 주장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은 용산 마권장외발매소(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밀어붙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 ‘7인회’의 일원인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지난해 12월5일 마사회 회장으로 취임한 뒤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로 지난해 9월 건물 완공 이후 100여일 동안 개장을 미뤄온 곳이다.
14일 <한겨레> 취재 결과, 마사회는 용산구 한강대로에 있는 옛 용산 화상경마장을 13일 폐쇄했다. 건물에는 ‘1월13일을 기준으로 용산역 사업장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오는 17일 또는 24일 새로 지은 용산 화상경마장(용산구 청파로 52)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 취임 뒤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마사회는 지난해 12월 새로 지은 용산 화상경마장 건물 주변 노인정들에 과일상자와 떡을 돌렸고, 인근 교회들에 헌금을 했다. 현 회장은 취임 2주일 뒤인 지난해 12월19일 반대 주민들과 한차례 면담도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 근처에서 주민 여론을 돌리려고 ‘녹색장터와 추억의 품바문화제’도 열었다.
마사회 쪽은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많이 꺾였다고 주장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지난 10일부터 용산 화상경마장 주변에 무술 유단자 12명을 배치해 (주민 우려를 고려해) 치안을 강화했고, 주민 100명을 창구 직원이나 경비요원으로 채용하는 등 상생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대책위(용산 화상도박경마장 입점 저지 주민대책위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들은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동안 개장을 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폐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용산 화상경마장과 400m가량 떨어진 남정초등학교 학부모 이원영(44)씨는 “주민대책위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 마사회가 허위사실을 이야기하며 주민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 회장은 12월19일 주민들과 첫 면담을 한 뒤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이씨는 “그날 현 회장이 주민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 뒤로 현 회장을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개장 소문을 듣게 됐다. 어떤 협의도 없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반대는 변함이 없다. 용산 화상경마장으로부터 200여m 거리에 있는 성심여고 학부모 김경실(50)씨는 “돈을 좀더 벌겠다는 숫자의 잣대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성심여고 교사 홍용표(42)씨는 “바로 앞에서 도박을 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건강한 교육은 불가능하다”며 한숨지었다. 용산 화상경마장 주변에는 남정초·성심여중고·원효초 등 학교가 밀집해 있다.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주민 정방(43)씨는 “현 회장이 대화를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갑자기 개장을 추진하는 건 우리가 해온 활동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마사회 관계자가 14일 열린 협의 자리에서 ‘설 이후로 개장을 미루겠다. 개장을 안 할 수는 없다. 그때까지 협의를 해나가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개장 자체를 반대한다. 협의를 하려면 시민사회와 관계기관들이 모두 참여하는 다자간 갈등조정기구가 필요하다는 게 주민대책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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