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실언’ 인정했지만, ‘성추행’ 이진한 봐준 검찰
‘이례적 선처’…윤석열 징계와 견줘도 ‘이중잣대’
‘이례적 선처’…윤석열 징계와 견줘도 ‘이중잣대’
[현장에서]
손아무개(49) 검사는 2010년 10월 회식 중 여자 검사 2명에게 “뽀뽀해달라”고 했다가 ‘견책’ 처분을 받았다. 구아무개(41) 검사는 2011년 1월 검사직무대리 실무 수습 중인 여성에게 강제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가 ‘면직’ 처분을, 넉달 뒤 박아무개(49) 검사는 노래방에서 여성 2명에게 블루스를 추자고 했다가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른바 ‘부산 스폰서 검사’ 파문 후 확립된 성추문 엄벌 기조는 여기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최아무개(50) 검사(정직 3개월), 노래방에서 여성 변호사 배를 만진 이아무개(37) 검사(견책) 등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여기까지였다. 이진한(51)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여성 기자들에게 “뽀뽀 한번 할까”라고 여러 차례 말했고 실제로 손등에 입을 맞췄으며 허리를 껴안고 만지기도 했다. 그런데 ‘감찰본부장 경고’만 받았다. ‘경고’는 검사징계법상 ‘징계’가 아니다. 징계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이다.
이 차장에 대한 ‘이례적인 선처’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추궁에 대검찰청은 책임을 떠넘겼다. “감찰위원회가 그렇게 의결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외부인사들로 이뤄진 대검 감찰위원회는 비위행위에 대한 조처를 ‘심의’한 뒤 검찰총장에게 특정 조처를 ‘권고’하는 기구다. 최종 결정은 검찰총장이 한다. 대검은 “통상 감찰위원회의 결정을 100% 수용해왔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54) 수원지검 여주지청장과 부팀장인 박형철(46)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에 대한 중·경징계 청구를 결정할 때, 감찰위원들은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결국 대검이 감찰위원회 의견을 ‘참고’해 결정했다. 이 차장을 봐줬다는 비판을 받자, 대검이 외부인사로 구성된 감찰위원회를 방패막이로 삼아 뒤로 숨는 꼴이다.
감찰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이미 ‘경미한 처분’이라는 결론을 대검이 자체적으로 내린 정황도 엿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고검검사(부장검사)급 인사를 16일치로 했다. 이 차장은 큰 불이익 없이 대구서부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고, 사흘 뒤 대검 감찰위원회는 경고 처분을 확정했다. 법무부는 통상 인사를 하기 전 대검 감찰 등 다른 부서에 의견을 묻는다. 대검 감찰본부가 ‘경미한 사안’이라는 취지로 법무부에 이미 보고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김훈 대검 감찰1과장 직무대리는 “말하기 곤란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일부 감찰위원은 엄한 처벌을 바라는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
압권은 ‘피해자 탓하기’다. 한 감찰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례적인 선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 자리에서 ‘성추행이야, 이건 안 돼’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어요. 현장에서 의사표시가 없었다는 점에 근거해서 판단했습니다.” 대검찰청은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김훈 감찰1과장 직무대리는 14일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이의제기가 없었다’는 점이 경미한 처분의 근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후 “실언이었다”고 사과했지만, 검찰이나 외부인사인 감찰위원의 인식 수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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