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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진태의 검찰’ 과거로 퇴행

등록 2014-01-16 21:15수정 2014-01-17 09:56

‘채동욱 정보’ ‘대화록 유출’ 수사
살아있는 권력 앞에 칼날 무뎌져
정권 밉보인 검사들은 한직 좌천
정권 눈맞춘 검사는 성추행도 감싸
“국민 신뢰 되찾자”는 취임사 무색
검찰이 다시 추락하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 칼날은 무뎌졌고, 정권에 밉보인 검사들은 한직으로 좌천됐다. 성추행 검사에 대한 ‘감싸기’ 감찰로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고, 현직 검사가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한 범죄까지 드러났다. 지난해 12월2일 “‘바르고 당당하면서 겸허한 검찰’로 거듭나 국민의 신뢰를 되찾자”고 했던 김진태(62) 검찰총장의 취임사가 무색할 정도다. 2012년 말 나라를 뒤흔들었던 ‘검란 사태’를 겪은 뒤 검찰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스스로 신뢰 깎는 검찰 지난해 9월 채동욱(55)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파문 등을 겪은 검찰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김 총장은 조직기강 쇄신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지난 연말에는 ‘술자리 조심’ 지침까지 내렸다. 이진한(51)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의 여기자 성추행은 그런 상황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 지청장에 대한 감찰 뒤 내린 조처는 ‘징계’가 아닌 ‘감찰본부장 경고’였다.

임아무개(40) 창원지검 검사는 16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대검 지침에 따라 가슴이나 민감한 부위를 만지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으로 구공판(정식 재판에 회부하는 기소 결정)하고 있다. 최근 감찰본부의 사건처리 결과를 보니 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게 아닌가 싶어 당혹스럽다”며 “징계를 받지 않을 정도인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의 경계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대검 감찰본부에 그 기준을 묻는다”고 말했다. 이 지청장한테 경고 처분을 내린 것을 비판한 것이다.

지방의 한 차장급 검사도 “총장이 지난해 연말에 술자리를 주의하라고 하고 부적절한 행동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거기에 맞춰서 엄격하게 처벌했어야 한다. 과거 유사 사건들로 옷 벗은 검사들과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총장의 말과 행동이 다르면 검사들한테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2년 말 서울동부지검 전아무개(31) 실무수습 검사가 검사실에서 피의자인 여성과 성관계를 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로스쿨을 졸업하고 수습 중인 검사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현직 검사가 여성 연예인의 성형 부작용 ‘해결사’ 노릇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서둘러 공갈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전아무개(37) 검사를 구속했지만 현직 검사가 여성 연예인을 대신해 병원장을 협박해 돈을 받아냈다는 혐의 자체가 충격적이다.

잊을 만하면 드러나는 추문을 과연 ‘개인적 일탈’로 치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검사는 “술자리에서 여성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나 이번 연예인 관련 사건도 모두 검사로서 권력이나 권위를 스스로 확인하고 느끼려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 권력 앞에 작아진 검찰 최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정권에 밉보인 이른바 ‘채동욱 전 검찰총장 라인’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팀에 대한 ‘좌천 인사’가 이뤄졌다. 원세훈(63) 전 국정원장 등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글 수사를 관철했던 윤석열(54) 특별수사팀 팀장과 박형철(46) 부팀장은 지방 고검으로 좌천됐다. 수사팀과 의견 충돌을 빚었던 이진한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한 감찰이 이뤄지는 중이었는데도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엄중한 징계를 받아야 하는 이 지청장은 경미한 징계를 받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팀 등 말을 듣지 않는 검사는 좌천을 하는 식의 인사 행태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권력’ 앞에 검찰의 칼날도 다시 무뎌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20일 서울 서초구청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의심 아들 개인정보 불법 유출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두 달이 다 되도록 진척이 없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과 국정원 정보관(IO)이 정보 유출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사건 초기에 수사 인력을 집중 배치해 단기간에 끝냈어야 할 수사였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무성(63) 새누리당 의원 등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 사건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검찰은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화록을 삭제했다며 참여정부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다음 정부와 공유할 뜻을 밝힌 문서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등 대화록 삭제를 지시할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점에는 답하지 않았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결과가 어떻든 절차적으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수사를 해야 한다.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수사하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채 전 총장 사건과 대화록 유출 사건 수사는 아쉽다”고 말했다.

김원철 김정필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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