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두씨 대법관 후보군 추천 논란
“대법원 구성 다양화” 내세우지만
“인사적체 해소수단 변질” 비판
“대법원 구성 다양화” 내세우지만
“인사적체 해소수단 변질” 비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이기수)가 지난 16일 추천한 5명의 대법관 후보에 정병두(53·사법연수원 16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포함하면서 ‘검찰 몫 대법관’이 적절한지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 출신 대법관’은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규정이 없으며, 유신정권이 법원을 장악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첫 검찰 출신 대법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64년 3월 임명된 주운화 대검찰청 차장검사였다. 전두환 정권 시절엔 2명으로 늘었다가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8년 7월 다시 1명으로 줄었다. 2012년 7월10일 퇴임한 안대희 대법관까지 모두 10명의 검찰 출신 대법관이 있었다. 2012년 7월 인천지검장 출신의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여러 의혹을 받은 뒤 스스로 물러났고, 이후 판사 출신 김소영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되면서 현재 대법원에 검찰 출신 대법관은 없다.
검찰은 ‘검찰 몫 대법관’ 자리를 되찾기 위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행태를 보면, 고위급 검사의 ‘승진 자리 챙기기’에 가깝다. 옷을 벗고 검찰을 떠나야 하는 고검장한테 자리를 마련해 주거나,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검사장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식이다. 그래서 대법관 자리가 검찰의 ‘인사 적체 해소’ 수단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검찰 출신이 최고법원의 판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본도 현직에서 바로 지명되는 것보다 검찰을 떠난 뒤 교수나 변호사로 일하다 최고재판소 재판관에 지명되는 게 일반적이다.
정 위원은 지난해 연말 고검장 승진에 탈락하자 사의를 밝혔으나 법무부 등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연수원 16기 검사장급 인사들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으로 승진한 김수남(55) 수원지검장 말고는 모두 사의를 밝혔고, 실제 사표를 냈다. 당시 인천지검장이던 정 위원만 검찰에 남았다. 법무부가 앞으로 대법관 후보 추천 때 검찰 몫으로 정 위원을 추천하겠다고 미리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정 위원은 법무부 검찰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서울중앙지검 1차장, 법무부 법무실장 등을 거친 ‘기획통’ 검사다. 검찰 내부에선 “스마트하고 일처리가 빠르다”는 평가와 “처세에 능하다”는 견해가 공존한다. 2009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지내면서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 수사,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보도한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 등을 지휘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특히 ‘피디수첩’ 수사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법무부는 이번 검찰 인사에서 무죄가 난 ‘피디수첩’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현준(49·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을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차장검사였던 정 위원은 대법관 후보로 ‘승진’을 노리고 있는 셈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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