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5주기인 20일 낮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추모제가 열려 유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남양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희생자들 묘역서 추모제 열려
쌍용차 노동자 등 80여명 참석
“유족의 가슴을 후벼 파야겠냐”
쌍용차 노동자 등 80여명 참석
“유족의 가슴을 후벼 파야겠냐”
5년이 흘렀다. 대통령도, 시장도, 경찰청장도 바뀌었다. 그래도 아픔은 여전했다. “아무것도 이뤄 놓은 게 없습니다. 6주기에도 그럴 것 같습니다.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권명숙(52)씨는 흐느꼈다.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에서 일어난 용산참사에서 권씨는 남편 이성수(당시 50살)씨를 잃었다.
20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묘지에서 ‘용산참사 5주기 추모제’가 열리는 동안 하늘은 함박눈으로 얼룩졌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마치 열사들이 흘리는 눈물 같다. 4년 전 뒤늦게 열사들을 묘역에 모실 때도 눈이 왔다”고 말했다. 용사참사 희생자들은 2009년 말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가 사과하고 나서야 2010년 1월9일 355일 만에 장례를 치렀다. 유족들은 용산 철거민 희생자 이상림·양회성·한대성·이성수·윤용헌씨의 묘역에 국화꽃을 바치고 잔에 소주를 담아 간단히 제를 올렸다.
이상림씨의 아들 이충연(41)씨는 처음으로 추모제에 왔다. 이씨는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5년4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지난해 1월31일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이씨는 “감옥에 있는 동안 싸우고 있는 다른 유족을 보면서 너무 미안했다. 나오면 뭔가 해내야지 생각했는데, 아직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진 부분이 없는 것 같아 돌아가신 분들께 마냥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역시 징역을 살다 함께 출소한 김주환(50)·천주석(51)씨도 이날 처음으로 추모제에 함께했다.
유족들은 아직도 용산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답답해했다. 이상림씨의 아내 전재숙(71)씨는 “(용산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강제 진압을 지휘한) 김석기씨는 공항공사 사장으로 호의호식한다. 용산참사 사건 수사를 지휘한 검사는 대법관으로 나간다고 하고 있다. 5년 동안 거리를 헤매 다녔는데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회성씨의 아내 김영덕(58)씨도 “얼마나 유족의 가슴을 후벼 파야겠느냐”며 눈물을 보였다.
이날 추모식에는 그동안 용산참사 유족이 연대했던 쌍용차 해고노동자, 밀양 송전탑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80여명이 찾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한윤수(46)씨는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열사가 나오고 국가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하노라고 했으나 아직은 힘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 쌍용차 노동자들도 유족들과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남양주/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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