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어머니가 피부질환인 아토피를 앓는 딸을 목 졸라 숨지게 한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일 오후 5시50분께 부산 사상구의 한 주택에서 ㅈ(33·여)씨와 딸 ㄱ(7)양이 숨져 있는 것을 시어머니 ㅇ(57)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ㅈ씨는 작은 방에서 목을 맨 채, ㄱ양은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거실에는 “딸의 아토피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내가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그런 것 같다. 막내 딸(3)에게도 미안하다”는 내용의 ㅈ씨 유서가 발견됐다.
ㅈ씨는 5년 전 딸 ㄱ양이 아토피를 앓자 전국에 있는 유명 아토피 전문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아토피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ㅈ씨는 주위에서 들은 민간요법을 딸에게 사용했지만 이마저도 효과가 없었다.
ㅈ씨는 딸의 아토피를 치료하려고 지난해 8월부터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ㄱ양에게 자주 발랐다.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 ㄱ양의 아토피 증세는 더욱 심해져 얼굴과 목까지 번졌다. ㄱ양은 온 몸을 가려워서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다. 또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자주 바르는 바람에 ㄱ양에게 쿠싱증후군(스테로이드 과대에 의한 대사 불균형)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ㅈ씨는 ㄱ양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자 ‘잘못된 치료를 했다’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가족들은 경찰에서 “ㅈ씨가 지난 19일 시어머니에게 ‘내가 결혼을 안 했으면 딸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결혼하는 바람에 딸이 태어났고 나 때문에 딸이 이렇게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ㅈ씨 가정 형편은 아토피 치료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ㅈ씨가 ㄱ양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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