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실미도 부대원’ 오빠 유해 꼭 찾을 거예요

등록 2014-01-21 19:11수정 2014-01-21 22:31

왼쪽부터 임일빈(57)씨, 임충빈(55)씨
왼쪽부터 임일빈(57)씨, 임충빈(55)씨
국가 상대 ‘유해찾기 소송’ 자매

열악한 처우 항의위해 ‘서울 진격’
군과 교전중 기간병 살해해 사형
유족 30년넘게 실상 모른채 지내
국가에 유해반환소송 1·2심 패소
“당시 형집행자들 찾아보면 알 것”
“억장이 무너졌죠. 판결이 이렇게 났어도 끝까지 가보려고요.”

어린 시절 오빠를 잃은 임일빈(57·사진 왼쪽)씨는 지난 17일 법정에서 또 한번 좌절했다. ‘실미도’ 부대원으로 훈련받고 이후 총살당한 오빠의 유해를 찾아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진 것이다.

1968년 당시 22살이었던 임씨의 오빠 임성빈씨는 행상일을 하다 ‘군대에서 훈련을 받으면 좋은 직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말을 듣고 공군 제2325부대 209파견대의 부대원으로 들어갔다. 209파견대는 북파 특수임무를 띤 실미도 부대의 다른 이름이었다.

실미도에서 3년 동안 외부와 격리된 채 가혹한 훈련을 받던 임씨는 1971년 8월 동료 24명과 함께 섬을 탈출했다. 이들은 열악한 처우에 항의하기 위해 버스를 빼앗아 타고 서울시청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군과 교전이 벌어졌고, 임씨는 기간병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결국 사형선고를 받은 임씨는 1972년 3월 서울 오류동에 있는 공군 부대에서 3명의 부대원과 함께 총살당했다. 국방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사형은 조용히 집행됐고, 사형 집행 및 시신 처리에 관여한 77명은 ‘집행 내용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유족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임씨가 실종됐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 2004년 <문화방송>(MBC)의 한 토크쇼에 당시 ‘실미도 부대’ 소대장과 기간병 등 4명이 방송에 나온 것을 보고 임일빈씨는 ‘우리 오빠도 혹시 저기에서 훈련받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들 중 당시 기간병이었던 김아무개씨가 “임성빈씨 내가 직접 가르쳤다”고 말해줬다.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도 2006년 7월 발표한 ‘실미도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서 임성빈씨가 공작원의 명단에 포함됐고 임씨의 사형 집행과 암매장은 국가의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임성빈씨의 유해는 찾지 못했다.

유족들은 2012년 국가를 상대로 임씨의 유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가족 대표로 소송을 제기한 여동생 임충빈(55·오른쪽)씨는 재판부에 “당시 가족들에게 사형 집행 사실을 알리지 않고 주검도 인도하지 않은 채 총살시켜 암매장했다”며 오빠의 유해를 돌려달라고 했다. 임충빈씨는 재판부에 “재판장님도 사랑하는 형제자매가 있지 않으냐. 사형수 가족의 꼬리표를 붙이고 사는 억울한 심정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두차례나 유족의 기대를 저버렸다. 지난 17일 서울고법 민사19부(재판장 윤성근)는 “국가는 고인의 유해를 매장한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등 국가가 고 임성빈씨의 유해를 점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처럼 임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유족을 대리한 노영실 변호사는 2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임씨의 주검은 국가의 관리에 의해 암매장됐고, 국가는 주검을 감추는 등 점유 의사가 분명했다”고 주장했다. 임일빈씨는 “당시 사형을 집행했던 사람들도 지금 60~70대밖에 되지 않아 대부분 살아 있을 것이다. 국가가 찾아줄 의지만 있으면 왜 못 찾겠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유족들은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