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에이미가 2013년 8월10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배우 이병헌과 이민정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3.8.10 뉴스1
대검 감찰본부, 공갈 등 혐의로 구속 기소
“내 손 아니어도 당신 병원 박살내 버리고 당신 구속시킬테니까, 두고봅시다. 각오하세요”, “요즘 주위가 어수선한데 많이 걱정 안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저 믿어주셔도 됩니다.”
여성 연예인 부탁을 받아 성형수술 부작용 ‘해결사’ 노릇을 한 춘천지검 소속 전아무개(37) 검사가 성형외과 원장을 협박하고 구슬리기 위해 보낸 문자들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22일 자신이 기소했던 여성 연예인의 부탁을 받고 의사를 협박해 무료 재수술 등을 받게 해준 혐의(공갈 및 변호사법 위반)로 전 검사를 구속기소했다.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전 검사는 2012년 9월 여성 연예인 이윤지(32·예명 에이미)씨를 프로포폴 상습투약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그해 11월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같은 해 7월 받았던 성형수술 부위가 덧난 상태였다. 수술 직후 구속되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 검사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이씨의 도움 요청 전, 전 검사는 자신이 조사했던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겪었다. 마음에 부담이 있었던 전 검사는 이씨도 자기 때문에 연예인 생활을 못하게 돼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고 한다. 전 검사는 이씨와 함께 최아무개(43) 성형외과 원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전 검사는 ‘설득’ 대신 검사의 힘을 과시하는 ‘협박’을 택했다. 전 검사는 ‘재성형수술을 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이 병원 압수수색 하게 할 수도 있다’고 협박해 재수술을 받게 해 준 뒤 최 원장이 추가 수술을 머뭇거리자 “압수수색 해서 조사하면 안 나오는 것이 없다. 병원 박살낼 수 있다”고 협박해 다시 무료 수술을 받게 했다.
전 검사는 ‘회유’도 병행했다. 그는 최 원장이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안 뒤 “치료를 해주면 검찰에 송치된 후 주임검사에게 말해서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구슬렀다. 전 검사는 특히 자살한 연예인 ㄱ씨를 언급하며 “ㄱ씨가 자살할 때 사용했던 압박붕대가 이 병원 것으로 안다. ㄱ씨가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 중독된 것이 아니냐, 당신 병원 5년치 압수수색하여 조사하면 ㄱ씨가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했는지 다 알 수 있다. 병원 박살 낼 수 있다”고 겁박하기도 했다. 전 검사는 이같은 협박과 회유를 통해 치료비 명목으로 아홉 차례에 걸쳐 2250만원을 받아 이씨에게 전달했다. 감찰본부는 “수술은 잘됐다. 수감 생활로 치료받지 못해 상처가 났던 것이다. 이씨가 최 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낸다고 해도 이 금액을 받아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 검사는 개인적으로 이씨의 재기를 돕기도 했다. 감찰본부는 “전 검사가 마이너스통장, 담보대출, 카드론 등까지 써가며 이씨에게 지원한 돈이 1억원 남짓”이라고 밝혔다. 감찰본부는 전 검사의 범죄사실과 함께 이씨를 만난 ‘비위사실’도 포함해 전 검사의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검사윤리강령은 자신이 처리한 사건의 관계인과 2년 내 만남을 금지하고 있다.
김원철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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