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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당신 병원 박살내고 구속시킬거야”
‘에이미 해결사’ 검사가 보낸 문자 보니…

등록 2014-01-22 16:16수정 2014-01-23 09:55

방송인 에이미가 2013년 8월10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배우 이병헌과 이민정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3.8.10 뉴스1
방송인 에이미가 2013년 8월10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배우 이병헌과 이민정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3.8.10 뉴스1
대검 감찰본부, 공갈 등 혐의로 구속 기소
“내 손 아니어도 당신 병원 박살내 버리고 당신 구속시킬테니까, 두고봅시다. 각오하세요”, “요즘 주위가 어수선한데 많이 걱정 안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저 믿어주셔도 됩니다.”

여성 연예인 부탁을 받아 성형수술 부작용 ‘해결사’ 노릇을 한 춘천지검 소속 전아무개(37) 검사가 성형외과 원장을 협박하고 구슬리기 위해 보낸 문자들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22일 자신이 기소했던 여성 연예인의 부탁을 받고 의사를 협박해 무료 재수술 등을 받게 해준 혐의(공갈 및 변호사법 위반)로 전 검사를 구속기소했다.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전 검사는 2012년 9월 여성 연예인 이윤지(32·예명 에이미)씨를 프로포폴 상습투약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그해 11월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같은 해 7월 받았던 성형수술 부위가 덧난 상태였다. 수술 직후 구속되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전 검사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이씨의 도움 요청 전, 전 검사는 자신이 조사했던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겪었다. 마음에 부담이 있었던 전 검사는 이씨도 자기 때문에 연예인 생활을 못하게 돼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고 한다. 전 검사는 이씨와 함께 최아무개(43) 성형외과 원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전 검사는 ‘설득’ 대신 검사의 힘을 과시하는 ‘협박’을 택했다. 전 검사는 ‘재성형수술을 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이 병원 압수수색 하게 할 수도 있다’고 협박해 재수술을 받게 해 준 뒤 최 원장이 추가 수술을 머뭇거리자 “압수수색 해서 조사하면 안 나오는 것이 없다. 병원 박살낼 수 있다”고 협박해 다시 무료 수술을 받게 했다.

전 검사는 ‘회유’도 병행했다. 그는 최 원장이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안 뒤 “치료를 해주면 검찰에 송치된 후 주임검사에게 말해서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구슬렀다. 전 검사는 특히 자살한 연예인 ㄱ씨를 언급하며 “ㄱ씨가 자살할 때 사용했던 압박붕대가 이 병원 것으로 안다. ㄱ씨가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 중독된 것이 아니냐, 당신 병원 5년치 압수수색하여 조사하면 ㄱ씨가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했는지 다 알 수 있다. 병원 박살 낼 수 있다”고 겁박하기도 했다. 전 검사는 이같은 협박과 회유를 통해 치료비 명목으로 아홉 차례에 걸쳐 2250만원을 받아 이씨에게 전달했다. 감찰본부는 “수술은 잘됐다. 수감 생활로 치료받지 못해 상처가 났던 것이다. 이씨가 최 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낸다고 해도 이 금액을 받아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 검사는 개인적으로 이씨의 재기를 돕기도 했다. 감찰본부는 “전 검사가 마이너스통장, 담보대출, 카드론 등까지 써가며 이씨에게 지원한 돈이 1억원 남짓”이라고 밝혔다. 감찰본부는 전 검사의 범죄사실과 함께 이씨를 만난 ‘비위사실’도 포함해 전 검사의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검사윤리강령은 자신이 처리한 사건의 관계인과 2년 내 만남을 금지하고 있다.

김원철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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