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파업 손배소도 기각판결
<문화방송>(MBC)이 파업을 벌인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19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낸 데 대해 법원이 23일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방송사 노조의 파업이 공정성 수호 의무라는 측면에서 정당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방송의 공정성’ 의무를 선언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호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화방송은 내부 구성원들이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위축시켜 다양한 의견을 억압하고, 경영자의 가치와 이익에 부합하는 방송만을 제작하고 편성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행위는 근로조건을 악화시킨 것일 뿐 아니라 방송법 등의 관계법령에 의해 인정된 공정방송의 의무와 법질서를 위반한 것으로, 노조의 파업은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방송의 공정성은 현행 방송법에서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방송인의 의무다. 방송법 6조1항과 9항은 각각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방송은 정부 또는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함에 있어 의견이 다른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함에 있어서도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날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보였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홍보학과)는 “단순히 선언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실질적으로 방송의 공정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갖는 방송과 언론의 중요성을 시민적 눈높이에서 적절하게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법조인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방송의 공정성을 특정한 정치적 이해에 따라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순수한 경영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사법부가 인정했다”고 해석했다.
‘해고 및 정직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 이어 법원이 잇따라 노조의 손을 들어주자 문화방송 쪽은 반발하고 있다. 문화방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파업 때 공정방송 실현만 내세우면, ‘특정 대표이사 퇴진’은 물론 ‘노조 쪽과 견해를 달리하는 경영권 행사에 반대’하는 모든 쟁의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에서 “문화방송 경영진은 뉴스데스크나 신문광고를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반박하는 적반하장 행태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항소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서영지 기자, 문현숙 선임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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