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데 히로아키(65·사진) 일본 교토대 원자로실험소 조교
‘탈핵운동가’ 고이데 교토대 교수
재처리공장을 하루만 돌려도
원전 1년치 방사성물질 배출
재처리 안해도 처분 마땅찮아
굳이 보관하려면 도쿄·서울에
재처리공장을 하루만 돌려도
원전 1년치 방사성물질 배출
재처리 안해도 처분 마땅찮아
굳이 보관하려면 도쿄·서울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을 하루만 돌려도, 100만㎾급 핵발전소 한 기에서 1년간 나오는 양의 어마어마한 방사성물질이 배출됩니다.”
고이데 히로아키(65·사진) 일본 교토대 원자로실험소 조교(한국 대학의 조교수와 비슷)는 2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원전 가동을 즉시 멈춰야 하는 가장 주된 이유가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에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탈핵운동가로 꼽히는 그는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주선으로 한국을 방문해 22일엔 국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수습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고이데 조교는 “핵발전소를 가동할 때는 바깥으로 나오는 방사능을 낮은 수준이 되도록 통제할 수 있지만,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재처리를 하게 되면 연료봉에 가둬둔 펠릿을 잘게 절단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방사성물질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핵무기 보유국이 아닌데도 미국으로부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허용받은 일본은 아오모리현에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을 지었지만, 잦은 고장으로 아직 정상가동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영국과 프랑스의 재처리공장에 위탁해 플루토늄 45t을 추출했는데, 이는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원자폭탄 40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추진해왔다.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나올 뿐 아니라 투입되는 비용도 막대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 1t당 무려 4억엔가량이 들어간다.
재처리를 하지 않더라도 사용후핵연료는 처분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고이데 조교는 강조했다. 그는 “맨해튼 계획(세계 최초 핵폭탄 제조 프로젝트) 이후 72년이 지났지만 핵폐기물을 무독화할 수 있는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로켓에 싸서 우주로 보낸다든가 남극에 매립을 하거나 심해에 묻자는 방안 등까지 검토됐지만 그 어떤 방법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땅속 깊은 곳에 구멍을 내서 매립하자고 하는데 지진이 많은 나라에서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땅이 없습니다.”
고이데 조교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 핵발전소의 저장수조 등에서 포화 상태에 이른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곳을 찾는 일은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다. 도대체 어디에 지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도쿄나 오사카 등 전기를 많이 쓰는 대도시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서울에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일어난 사고가 전혀 수습되고 있지 않다고 증언했다. 후쿠시마 원전 1~3호기의 방사능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말과는 달리,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노심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30~40년이면 수습될 것이라고 보지만 아마 10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별다른 대책 없이 3년째 원자로 안으로 냉각수를 매일 400t씩 집어넣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오염수가 계속 유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상당 기간 수산물을 먹을 때 세슘137뿐 아니라 물에 녹기 쉬운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90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원자력을 신봉하는 이들은 낮은 수준의 오염은 안전하다, 피폭량이 적으면 괜찮다는 선전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사능이나 피폭에서 안전이라는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4호기 안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다발 1331개의 위험성도 거론했다. 고이데 조교는 “히로시마 투하 원폭 1만4000개에 맞먹는 정도의 방사능을 안고 있다. 저장수조가 무너지면 엄청난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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