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자 할머니
13살에 일본 순사에게 끌려가 종전 때까지 고초
난방비 아끼고 폐지 주워 모은 재산 전액 기부
서울 목동 이대병원에 빈소 마련 …영결식 28일
난방비 아끼고 폐지 주워 모은 재산 전액 기부
서울 목동 이대병원에 빈소 마련 …영결식 28일
난방비를 아끼고 폐지를 주워 전재산을 장학금으로 기탁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황금자(90) 할머니가 26일 세상을 떠났다.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는 황 할머니가 이날 새벽 1시30분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24년 함경도에서 태어난 황 할머니는 13살 무렵 거리에서 일본 순사에게 붙잡혀 함경남도 흥남의 유리공장으로 끌려가 3년 정도 일을 한 뒤 다시 간도 지방으로 옮겨져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하며 고초를 겪어야 했다. 해방 뒤 남쪽에 정착한 황 할머니는 평생을 ‘위안부 피해 후유증’으로 사람들과 제대로 만나지 못한 채 외롭게 살아와야 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던 황 할머니는 정부 지원금을 거의 쓰지 않고 통장에 모아뒀다가 2006년부터 강서구청 장학회에 모두 세 차례에 걸쳐 1억원을 기탁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2011년 7월에는 정부로 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황 할머니는 최근 건강이 악화되자 남은 재산 3000만원도 모두 장학금으로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황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4명 중 생존자는 55명으로 줄었다.
황 할머니의 빈소는 서울 목동 이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28일 강서구민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천주교 삼각지성당 하늘묘원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하루하루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계신데, 일본은 역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상처에 또다시 상처를 입하는 망언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도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하루빨리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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