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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법 “순직군인 유족 소송 늦어도 국가는 합당한 손해배상·예우해야”

등록 2014-02-05 08:08수정 2014-02-05 08:55

50여년 전 미화작업중 숨진 뒤
유족, 조사 결과 2009년에야 받아
정부 “통보 뒤 6개월 시효” 주장
파기환송심 “생활고로 소 제기 늦어
정부 소멸시효 주장은 권리 남용”
군 복무 중 사고로 숨진 장병의 유족이 손해배상 소송을 낸 시점이 다소 늦었다는 이유로 국가가 유족의 개별 사정을 따지지 않고 배상을 거부하는 것은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4부(재판장 김상준)는 1950년대 군대에서 사망한 원아무개(당시 23살)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정부는 1억1849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1956년 육군에 입대한 원씨는 소속 중대 미화작업을 위해 야산에서 흙을 파다가 갑자기 무너진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당시 육군은 유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튿날 시신을 화장했다. 사고 뒤 11개월이 지난 뒤에야 유족에게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거짓 통보했다.

육군은 1997년 자체 심의를 거쳐 순직 결정을 했고, 원씨의 유족은 2008년 국민신문고에 사망 원인을 밝혀달라는 민원을 냈다. 육군은 2009년 12월 원씨의 사망 원인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후에도 배상을 하지 않자 유족은 1년4개월 뒤인 2011년 4월 소송을 냈다.

정부와 유족은 소송을 낼 수 있는 시효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유족은 과거사 사건의 경우 손해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까지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법 해석에 근거해 손해배상 청구권이 유효하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권리 행사를 어렵게 하는 이유가 사라진 때부터 6개월까지만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법 해석으로 맞섰다. 정부는 “과거에 권리 행사를 못할 객관적 사정이 있었더라도 2009년 진상조사 결과 통보로 그런 장애가 사라졌기 때문에 6개월 내에 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6개월은 (권리 행사를 하기에)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라며 3년의 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석달 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과거사 사건의 손해배상 시효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6개월로 제한돼야 한다. 그리고 개별 사건에서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원씨 사건 상고심에서 “권리 행사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할지 3년까지 인정할지는 유족의 사정 등을 심리한 뒤 판단했어야 한다. 하지만 원심은 심리를 다하지 않고 당연히 3년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추가 심리 결과, 사망 원인 조사 결과를 통보할 당시에도 정부는 보상절차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생활고 등으로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얻기도 어려웠을 유족이 정부의 진상조사 결과를 통보받고 1년4개월이 지나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다. 대법원 판결에 의해도 정부의 소멸시효 주장은 여전히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군인과 유족에게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해주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존재 이유다. 국가는 원고의 권리 행사 지연에만 천착할 게 아니라, 소송 제기가 다소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면 이를 담백하게 긍정해 예외적 구제조치 등 배려를 하는 것도 국가의 존립 이유에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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