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비자 개선안’ 고시
한국어시험 초급 1급 따거나
초급수준 교육과정 이수
외국어로 소통가능하면 면제
연소득 1479만원 안되면
비자 발급 불가능
출생자녀 있으면 소득무관
“빈곤층 국제결혼 기회 축소
비현실적 기준” 지적도
한국어시험 초급 1급 따거나
초급수준 교육과정 이수
외국어로 소통가능하면 면제
연소득 1479만원 안되면
비자 발급 불가능
출생자녀 있으면 소득무관
“빈곤층 국제결혼 기회 축소
비현실적 기준” 지적도
앞으로 결혼이민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진다. 결혼이민자의 한국어 실력과 초청인의 소득이 심사기준으로 활용된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결혼이민(F-6) 비자 발급 심사기준 개선안을 마련해 6일자로 고시했다고 5일 밝혔다. 개선안을 보면, 결혼이민자는 한국인 배우자와 기초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증명하려면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 초급 1급을 취득하거나, 법무부 장관이 승인한 교육기관에서 6개월 정도 걸리는 초급 수준의 한국어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토픽 초급 1급은 자기 소개, 물건 구입 등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약 800개의 어휘를 알아야 한다.
결혼이민자가 한국어 관련 학위 소지자이거나 1년 이상 한국에서 거주한 적이 있는 경우, 부부가 외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 부부 사이에 이미 출생한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한국어 구사요건 적용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영국은 영어시험 성적을 요구하며 네덜란드도 네덜란드어와 네덜란드 사회에 대한 기초지식을 평가하는 ‘사회통합 시험’ 통과를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는 남녀가 단기간에 혼인하는 국제결혼 문화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과의 결혼을 국내 입국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건도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선안은 또 한국인 배우자가 외국인 배우자를 초청하려면 1년간 소득(세전)이 가구수별 최저생계비의 120%(차상위계층)에 해당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연 1479만원이다. 현재는 ‘초청인의 개인파산 여부, 법원의 채무불이행 판결 등을 고려해 가족부양능력 여부를 심사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초청인이 함께 사는 가족이 있는 경우 구성원 수에 따라 금액이 올라간다. 3인 가구 1913만원, 4인 가구 2348만원 등이다. 소득이 없더라도 초청인과 함께 사는 직계가족의 소득이 기준을 충족하면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 초청인과 결혼이민자 사이에 출생한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소득요건 적용이 면제된다. 미국은 초청인이 연방 빈곤기준선의 125%에 해당하는 소득을 증명해야 한다. 영국도 연간 1만8600파운드 이상의 소득을 갖춰야 초청할 수 있다.
법무부는 4월1일부터 이번 심사안이 적용되면 결혼이민 비자 발급이 20~3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결혼이민 비자는 지난해 1만4137건 발급됐다.
이번 개선안을 두고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천응 안산이주민센터 대표는 “한국인과 결혼하는 여성들은 그 나라의 시골 출신이 많다. 도시에서도 배우기 힘든 한국어를 어떻게 배우겠느냐. 토픽 초급 1급을 요구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동남아 국가에 한국어 사설학원 시장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을 기준 삼아 비자 발급을 제한하게 되면 국내에서 배우자를 찾지 못한 빈곤층의 국제결혼 기회가 좁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혼인신고제 국가인 만큼 앞으로도 국제결혼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다만 혼인을 했더라도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국내 장기체류가 가능한 결혼이민 비자를 발급하지 않음으로써 비정상적 국제결혼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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