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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예 노동’ 홍문종의 아프리카박물관 찾아가보니…

등록 2014-02-11 19:55수정 2014-02-11 21:46

짐바브웨 출신으로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일하는 조각가 릴모와 에디가 기거하는 3평(9.9㎡) 남짓한 방의 벽에는 곰팡이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방은 난방도 안 돼 입김이 하얗게 나왔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이사장인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은 이 숙소 대여료와 전기요금 등으로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의 월급에서 1인당 40만원가량을 받았다고 한다.
짐바브웨 출신으로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일하는 조각가 릴모와 에디가 기거하는 3평(9.9㎡) 남짓한 방의 벽에는 곰팡이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방은 난방도 안 돼 입김이 하얗게 나왔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이사장인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은 이 숙소 대여료와 전기요금 등으로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의 월급에서 1인당 40만원가량을 받았다고 한다.
냉골 쪽방에 곰팡이 잔뜩…“그나마 이 숙소가 상태 나아”
월급 60만원인데 강제 적금 들기도…홍문종 뒤늦게 “송구”
유리 현관문에 난 구멍은 은색 종이와 초록 테이프가 막고 있었다. 짐바브웨가 고향인 동료 두명과 이곳에 사는 윌리(30)는 쑥스러운 듯 문을 열었다. “어제 말한 대로 우리는 이런 곳에 살고 있어요. 한국인은 이런 집에 잘 살지 않죠?”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관련기사 아프리카 무용수 ‘노예 노동’ 시킨 새누리 홍문종)

11일 오후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노예처럼 일했다는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를 찾았다. 박상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장이 기자에게 “그나마 상태가 나은 곳”이라고 소개한 곳을 들어가 봤지만 방 안에선 입김이 나왔고 곰팡이가 가득 피어 있었다.

방 2개짜리 숙소에는 짐바브웨에서 조각을 알리러 한국에 온 윌리와 릴모(28), 에디(40)가 산다. 에디의 방은 1평(3.3㎡) 남짓했다. 침대가 방을 메운 가운데 사람 한명이 간신히 들어갈 틈이 있었다. 윌리는 방바닥을 발로 툭툭 두드렸다. “차갑죠? 여기는 난방이 들어오질 않아요.” 윌리와 릴모가 자는 옆방은 3평 정도로 윌리의 방보다 컸지만 역시 곰팡이 냄새가 났다. 코를 가리키며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던 윌리는 벽면을 가리켰다. 곰팡이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어지러운 방 안에는 아프리카 조각상 몇개가 놓여 있었다. 2평 남짓한 화장실에는 세탁기와 보일러가 놓여 있어 쪼그리고 앉아야 겨우 씻을 수 있는 정도였다.

윌리는 내내 불안해했다. 밖에서 한국말 소리가 들려왔다. “윌리, 어제 신문 나왔더라?” 윌리는 기자한테 속삭였다. “마을 이장인데 박물관과 친해요. 기자가 왔다는 소리가 박물관에 들어갈 것 같으니, 안에 있어요.” 이윽고 오래된 영자신문을 가져왔다. 1면의 ‘한국 속 아프리카’라는 커다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다 가짜예요. 여기는 좋다는 말만 계속 나와 있죠. 실상은 이런데도….”

가장 열악하다는 또다른 숙소 외벽에는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이곳에 짐바브웨 출신인 파이나(27·여)가 살고 있다. 파이나는 윌리의 여동생이다. 이 집의 보일러실 쪽 벗겨진 천장 벽면으로는 짚과 흙이 위태롭게 드러나 있었다.

윌리 등 세사람과 아프리카예술박물관으로 갔다. 숙소에 없던 파이나는 박물관 매점에서 음료와 조각품 등을 팔고 있었다. 파이나는 “원래 우리가 하는 일이 이렇다”며 탄식했다. 현재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춤 공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7000원이다.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이 법정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한 채 노예처럼 일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쪽은 월 급여 110만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확인한 노동자들의 은행 거래명세표에는 매달 60만원 이하를 받은 것으로 찍혀 있었다. 항공료 공제 등을 이유로 5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은 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박 관장은 “4대 보험과 숙소 렌털비, 전기요금 등을 공제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포함하면 110만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곰팡이 가득한 열악한 쪽방 수준의 숙소 이용료와 전기요금 등으로 1인당 40만원가량을 뗐다는 얘기다. 파이나는 “60만원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강제로 적금도 들었다고 했다. 월급 60여만원 가운데 10만~20만원을 박물관을 통해 12개월 만기 적금에 부었다고 한다. 박물관은 은행 업무에 서툰 이들을 위해 대신 월급을 저축해준 것일 뿐 돌려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관장은 “비밀번호도 본인들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제적금은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다. 이요한 노무사는 “강제저축은 근로기준법 22조에서 금하고 있다. 돈을 볼모로 삼아 계속해서 노동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은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사장인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책임을 지지 않고 박물관장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파이나는 “여러 번 홍문종이라는 이름을 들었고 우리 박물관의 주인인 걸 알고 있다. 우리의 상황을 홍 의원이 분명히 알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임금처럼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소유자가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여러 가지로 사실과 다르지만 자체 조사와 법률 자문을 거쳐 입장을 밝히겠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국민 앞에 송구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포천/글·사진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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