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박상증(84) 목사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14일 임명했다. 기념사업회 규정과 달리 내부 추천을 받지 않은 인물을 임명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기념사업회 쪽의 말을 종합하면, 안행부는 13일 저녁 8시께 전자문서로 기념사업회에 공문을 보내 박 목사를 신임 이사장으로 임명한다고 통보했다. 박 목사는 14일 유정복 안행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기념사업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사장은 정부가 기념사업회와 논의해 임명해왔다. 이렇게 기습적으로 이사장 임명을 통보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행부는 지난해 11월 기념사업회 쪽에 박 목사를 신임 이사장 후보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기념사업회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는 박 목사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실을 문제 삼아 후보에서 제외했다. 박 목사가 독립적이어야 할 기념사업회 이사장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임원추천위원회는 안병욱(66) 가톨릭대 교수와 정성헌(68) 당시 이사장을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22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안행부는 일방적으로 박 목사의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김거성(56) 기념사업회 임원추천위원장은 “임원추천위와 이사회의 추천을 받지 않은 인물을 이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안행부의 승인을 받은 정관에 따라 작성된 내부 규정 위반이다. 절차를 무시하고 이사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것은 민주화운동을 모독하고 폄훼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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