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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대통령 퇴진’ 시위하다 화상 “시민이 할수 있는건 이것밖에…”

등록 2014-02-16 17:00수정 2014-02-19 01:36

한강성심병원에 입원 중인 김창건(47)씨
한강성심병원에 입원 중인 김창건(47)씨
서울역 고가도로 시위 김창건씨

3일간 부정선거 규탄하려 했는데
진압과정 번개탄 터져 부상 입어

촛불집회 관련 압수수색 당한 뒤
2009년 일자리 잃고 시민활동가로
“이남종씨 분신 소식 듣고 큰 충격”
김창건(47)씨는 15일 오후 5시35분께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 올라갔다.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초코바 7개와 번개탄, 석유, 쇠사슬, 시너 등을 사 초록색 배낭에 짊어졌다. 고가도로 밑의 철제 난간으로 내려가 번개탄 3개씩을 양쪽에 쌓아 불을 피웠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이명박을 구속하라’ ‘관권개입 부정선거’라고 흰 글씨로 적힌 붉은색 펼침막도 내걸었다. 난간에 쇠사슬을 걸어 목에 감아 자물쇠로 잠그고, 열쇠는 고가도로 아래로 던져버렸다.

쇠줄을 감고 나니 경찰들이 고가도로 위와 아래로 모여 있었다. 지난해 12월31일 같은 장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 등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이남종씨의 49재(18일)를 앞두고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한 시민 200여명도 모여들었다.

시위를 시작하려 하자 고가도로 위에 있던 경찰이 소화기로 번개탄 불을 꺼버렸다. 그는 다시 번개탄에 석유를 붓고 불을 피웠다. 자신의 몸에도 석유를 부었다. 순간 그의 왼쪽에 놓인 번개탄이 ‘펑’ 터졌고, 동시에 경찰이 내려와 김씨를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 손에 있던 석유통이 흔들리며 번개탄에 석유가 튀면서 왼쪽 팔과 다리에 불이 붙었다. 거의 동시에 경찰은 불을 끄고 김씨를 눕혀 수갑을 채웠다. 김씨는 왼쪽 팔목과 발목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김씨는 “죽으려고 올라간 것이 아니었지만 경찰 진압이 시작되고 물러설 곳이 없어지자 마음이 격해졌다. 용산참사도, 이남종 열사 죽음도 이렇게 성급한 경찰 진압이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31일 이남종씨가 박근혜 정권 퇴진 등을 외치며 분신해 숨졌던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15일 오후 6시20분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김창건씨가 몸에 석유를 붓고 시위를 하던 도중 불이 번져 화상을 입었다. 사진은 김씨의 몸에 불이 붙은 직후 진화하는 경찰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31일 이남종씨가 박근혜 정권 퇴진 등을 외치며 분신해 숨졌던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15일 오후 6시20분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김창건씨가 몸에 석유를 붓고 시위를 하던 도중 불이 번져 화상을 입었다. 사진은 김씨의 몸에 불이 붙은 직후 진화하는 경찰의 모습.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한겨레>와 만난 김씨는 “관권부정선거가 명백한데 정치권은 지지부진하고 시민들의 관심도 시들해져갔다.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3일만 버티면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해 시위를 하려고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전까지 평범한 시민이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선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다고 했다. 그런데 2008년 5월께 인터넷에서 ‘먹을거리를 놓고 국민주권을 파는 것’이라는 글을 보고 촛불집회에 나가면서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몰랐던 사실이 이렇게 많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후 매일같이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촛불집회를 갔습니다.”

그는 2009년 6월께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촛불집회와 관련해 검찰이 그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그가 다니던 ‘미국계 투자회사’와 한국에 머물던 재미동포 대표 집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그 전까지 내가 촛불집회에 나갔다는 사실을 아는 회사 사람은 없었다. 압수수색 이후 결국 본사는 한국지사를 폐쇄했고 직장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이후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시민회의’ ‘누리꾼 촛불 시민 연대’ 등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남종씨의 분신 소식도 당일 청계천 촛불집회 도중에 듣고 새벽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데모를 해오던 사람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 분신을 했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큰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시위는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사법부와 야당도 한패라고 느껴졌다. 평범한 시민이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을 이남종 열사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초코바를 먹으며 3일을 버티려던 김씨는 1시간도 안 돼 끌려 내려왔다. 경찰은 “번개탄에 불을 피우고 있었고 본인 몸에 석유를 뿌려, 진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치료가 끝나는 대로 일반물건 방화혐의로 소환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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