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선은 비계 껴 맛없어, 3선이 딱 좋아”
재판부 “의정활동 적임 부각 목적”
재판부 “의정활동 적임 부각 목적”
“(국회의원) 4, 5선은 비계가 껴서 맛이 없다. 잠만 자고….” 이런 말은 5선 국회의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일까?
2012년 4·11 총선에서 제주시 갑 선거구에 출마한 강창일(62) 당시 민주당 후보는 유세 도중 국회의원의 당선 횟수를 돼지의 몸무게에 비유하면서 이 발언을 했다. 이미 5선 의원이었던 현경대(75) 후보 대신 3선에 도전하는 자신을 찍어 달라는 뜻이었다. 강 후보는 “초선은 돼지로 치면 60㎏, 재선은 80㎏이고, 3선이 딱 먹기 좋고 맛 좋은 100㎏”이라고 말했다. 총선에서는 강 후보가 당선됐다. 현 후보는 “나를 모욕하고 내 명예를 훼손해 내가 앞서던 지지율이 역전당해 결국 낙선했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정일연)는 “이 발언에는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감정이 표현돼 있다. 하지만 원고 뿐만 아니라 피고 자신도 돼지로 비유했고, 원고를 돼지에 비유하는 게 이 발언의 주된 목적이 아니라 3선 의원에 도전하는 피고가 원고에 비해 의정활동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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