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카페 등 운영하며
계약서 안쓰고 수당도 미지급
11명, 노동지청에 감독 요청키로
계약서 안쓰고 수당도 미지급
11명, 노동지청에 감독 요청키로
ㅎ(44)씨는 지난해 11월 직장 동료로부터 ‘앞으로 일하러 나오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1년여간 아르바이트를 해온 터였다. 해고 통보가 동료를 통해 전달됐던 것이다. 그는 사법연수원 쪽 담당자에게 사유를 물었지만 명확한 해고 사유는 지금도 모른다. ‘특별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고, 해고 30일 전에는 미리 통보’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법조인 교육기관인 사법연수원이 무시한 것이다.
“해고를 당하고 돌아보니 사법연수원 아르바이트는 불법투성이였습니다. 법조인을 키우는 곳에서 불법을 저지른 것에 무엇보다 화가 나요.” ㅎ씨는 사법연수원 카페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10분 안에 밥을 먹어야 했고 이도 못 닦고 커피를 팔아야 했어요. 한번에 200잔씩 몰려드는 음료 주문을 소화하려면 연수원생들 수업시간에도 미리 컵을 준비하고 재료를 채워 넣어야 해서 잠시도 쉴 수 없었죠.” 법은 4시간 일할 때 30분 이상, 8시간 일할 때는 1시간 이상의 쉴 시간을 보장하라고 한다.
사법연수원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 지급하도록 돼 있는 주휴수당도 주지 않았다. ㅎ씨는 1주일에 20시간 넘게 일했다. ㅎ씨가 고양고용노동지청을 통해 지난해 12월 주휴수당 문제를 제기하자, 사법연수원은 그제야 남아 있는 동료들에게 1월분 주휴수당을 지급했다.
사법연수원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휴일·초과근무 기록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다수 노동자가 연회나 예식이 있는 주말마다 수시로 일해왔다. 사법연수원 아르바이트 노동문제를 조사하고 있는 권오상 노무사는 “연장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추가로 1.5배 더 임금을 줘야 한다. 노동자들이 이를 제대로 받았는지 파악해보려 했지만, 근로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아 미지급분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ㅎ씨를 비롯해 사법연수원 구내식당, 카페, 레스토랑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 11명이 뭉쳤다. 사법연수원의 부당노동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사법연수원 분회’를 조직하기로 한 것이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은 26일 고양고용노동지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할 계획이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담당자가 내용을 잘 모르는데다 노동자 수가 많지 않아 관행적으로 잘못해온 부분이 있었다. 노동자와 협의해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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