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45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53) 에스케이(SK) 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50)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동생 최 부회장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됐다.
최 회장 형제는 김준홍(49)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공모해 회사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뒤 이 돈을 김원홍(53) 전 에스케이해운 고문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최 회장은 1심에서 “펀드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공소 사실을 부인했으나 유죄를 선고받았다. 최 회장은 2심에서는 말을 바꿔 “펀드 조성에는 관여했지만 김 전 고문에게 돈이 지급되는 것은 몰랐고, 김 전 대표와 김 전 고문에게 속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항소심은 최 회장의 진술 번복을 믿지 않았다. 대법원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된 돈을 나중에 최태원·재원 형제가 대출을 받아 보충했고 사건 이후에도 김 전 고문에 대한 투자 위탁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최태원·재원 형제와 함께 이 사건 범행을 공모했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범죄 공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회장 형제는 항소심 선고 하루 전 국외 도피중이던 김 전 고문이 갑자기 귀국하자 선고 연기와 변론 재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충분히 심리했다”며 예정대로 선고했다. 최 회장 쪽은 대법원에서 “김 전 고문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김 전 고문을 심문하지 않은 것이 직접 심리주의를 위반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계 서열 3위인 에스케이그룹의 총수 형제가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유용한 행위 등에 대하여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