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장(오른쪽)과 이춘석 민주당 간사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도특검·특별관찰관제 도입 의미
박대통령 공약 걸고도 수수방관
여당 일부의원 반대에 지지부진
민주, 무산위기 몰리자 대폭후퇴
‘공직자부패수사처’ 수준 못미쳐
‘검찰 수사’ 견제장치 확보에 의의
“기존 특검제와 다를것 없다” 지적
박대통령 공약 걸고도 수수방관
여당 일부의원 반대에 지지부진
민주, 무산위기 몰리자 대폭후퇴
‘공직자부패수사처’ 수준 못미쳐
‘검찰 수사’ 견제장치 확보에 의의
“기존 특검제와 다를것 없다” 지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27일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을 연계시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 수준의 기구를 만드는 게 민주당의 목표였는데, 새누리당의 반대가 컸다”고 보고했다. 이날 여야가 합의처리한 ‘제도특검’과 ‘특별감찰관’이 애초 목표보다 한참 후퇴한 것에 양해를 구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을 한달여 앞둔 2012년 11월6일 ‘정치쇄신 공약’을 직접 발표하며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위해 상설특검제를 도입하겠다. 현행처럼 사안별로 특별검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정치 공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새누리당 대선 공약집인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있는 변화>에도 “상설특별검사제를 통해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383쪽)하겠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여야는 지난해 상반기에 상설특검·특별감찰관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뒤로 공약의 주체인 청와대가 의지를 보이지 않은데다 법무부와 검찰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가 겹치며 진척을 보지 못했다. 9월 말까지 운영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별 진전을 못 보다, 지난해 12월 야당이 특검제도화의 무산을 우려해 제도특검 수용 쪽으로 물러서면서 여야 협상이 이어져 왔다.
이 논의의 시발점은 참여정부가 2004년 11월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로 내놓은 ‘공직부패수사처’ 안이었다. 당시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정부는 검찰권 행사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이 독점한 기소권·수사권 분산, 고위공직자 수사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위해 정부안을 처음 제시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기능의 중복에 따른 ‘옥상옥’ ‘비효율’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해 결국 무산시켰다. 이듬해 노회찬·장윤석 의원이 상설특검법안을 발의했지만 또다시 검찰의 반발에 부닥쳐 무산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폐지가 논의되던 2010년에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역시 무위로 돌아갔다.
법사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법안처리 브리핑에서 “과거에는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공방이 끊이지 않았고, 이는 특검수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는 정치적 논란이 해소되고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아질 것이다. 검찰개혁의 큰 진전을 보았다”고 평가했다.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 만에 국회가 특검의 제도화에는 성공한 것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제도특검’이 기존의 특검제도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야당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공정성 문제를 들어 특검 수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의 반대로 벽에 부닥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법안 협상 과정에서 특검의 수사 개시를 위한 국회 본회의의 의결정족수 기준을 낮추는 안을 제시했지만, “1년 내내 특검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반대에 밀려 현행처럼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수사 개시 요건으로 정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국회 의결이 있어야 특검이 발동되긴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국회의 견제 장치가 일정 부분 확보됐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검찰이 쌓아올린 벽에서 이제 벽돌 한장을 빼놓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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