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서 2시간40분 난동끝에 잡혀
경찰 “피해망상 증상”…영장신청
경찰 “피해망상 증상”…영장신청
주말 저녁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인질극이 벌어져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일 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빵집에서 제과용 칼을 든 채 손님 ㅁ(48)씨를 인질로 잡고 2시간40분간 난동을 벌인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아무개(57)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해 4월 의류사업에 실패하자 두 달 뒤 집을 나와 서울에서 사우나를 전전하며 식당 청소일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다, 한 달 전 일자리를 잃은 뒤 압구정동 근처의 한 사우나에서 생활해왔다. 그는 1일 밤 9시15분께 이 사우나에서 나와 근처 건물 벽에 머리를 찧고 100m가량 떨어진 빵집에 들어가 ‘치료를 해야 한다’며 119 신고를 부탁했다. 빵집 종업원의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이 밤 9시29분께 현장에 도착해 치료하려 하자 김씨는 돌변했다.
그는 빵집 주방에 있는 제과용 칼 2개를 집어 들고 빵을 사러 온 ㅁ씨를 위협해 빵집 구석 탁자로 끌고 갔다. 인질극이 벌어지자 구급대원의 신고로 경찰 50여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강남경찰서 강력팀 3명이 김씨와 협상에 나섰으나, 인질극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않겠냐”는 경찰의 설득에 김씨는 결국 2일 0시12분께 ㅁ씨를 풀어줬다. ㅁ씨는 아무런 부상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경찰과 대화를 하던 김씨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목에 포크를 가져가자, 경찰이 곧바로 김씨를 제압해 체포했다.
이건화 강남경찰서 형사과장은 “김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최근까지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인질극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김씨는 ‘누군가가 나를 미행하고 있다’, ‘나를 죽여달라’고 말하는 등 피해망상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김씨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이날 인질극이 벌어진 빵집 인근에는 주민 100여명이 몰려나와 상황을 지켜보는 등 큰 혼잡이 벌어졌다. 주민 박아무개(46)씨는 “밤에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져서 당황스럽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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