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사는 최아무개(78)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엄동설한에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며느리는 남편이 이혼을 안 해준다며 일방적으로 전세금을 뺐다. 택시기사인 아들은 사납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고 했다. 손자들과 거리로 내몰린 할머니는 남현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평소 힘들 때마다 김치와 쌀 등을 지원받았던 할머니가 믿을 곳은 거기뿐이었다
할머니는 며느리가 돈을 벌어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었지만, 동사무소 직원들은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주민센터는 ‘따뜻한 겨울나기 사업’을 통해 할머니에게 보증금 2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서울시 복지서비스인 ‘희망온돌사업’의 하나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틈새계층’이 주된 지원 대상이다. 이웃집을 전전하며 신세져야 했던 최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다섯 식구가 몸을 누일 작은 방을 구했다.
중앙정부가 복지의 틈새를 메우지 못하는 터라, 생계 위기에 처한 시민들은 직접 긴급복지제도를 찾아 나서야 복지정책 수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보건복지콜센터(129)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담이 운영되지만, ‘위기상담’은 연중 24시간 동안 이뤄진다. 주민센터와 관할구청의 주민생활지원과나 복지정책과의 전화번호를 알아뒀다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최 할머니처럼 지방자치단체의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서울시는 2011년 12월부터 최저생계비 200% 이하 가구 중 긴급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돈과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희망온돌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시내 복지관 114곳 등이 복지의 틈새를 발굴한 뒤 민간 자금을 이용해 현금·물품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구청 등에도 긴급복지제도가 마련돼 있다. 서울 도봉구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서울시복지재단에서 1억원을 받고 구비 1600만원을 보태 ‘희망울타리’ 사업을 진행했다. 70가구에 주거비·의료비·생계비를 지원했다. 이 사업으로 지난해 아이 6명과 화장실도 없는 지하방에서 살던 부모가 보증금 100여만원을 지급받아 임대주택을 얻을 수 있었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올해 4000만원을 ‘복지 사각계층 지원사업’으로 배정했다. 서울 동작구는 2004년 복지법인 ‘동작복지재단’을 만들어 ‘저소득 틈새가정 지원사업’을 진행해왔다. 연 10억원 규모로 사망·사고·실직 등을 겪은 이들을 위한 긴급복지지원 제도가 포함돼 있는 사업이다. 생계가 어려운 이들을 찾아내 생활비를 지원한다.
민간차원의 긴급지원제도도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2009년부터 운영하는 행복주식거래소는 사회복지사 등을 통해 사연을 받아 현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자격은 없고 사연과 다른 지원 여부 등을 고려해 수혜자를 선정한다. 지난 1월 10명에게 3718만원이 지원됐다.
소규모 지자체에서는 직접 재정이 드는 사업보다 틈새계층이나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중 추가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 시·도나 국가, 민간 지원 등과 이어주는 사업을 주로 벌인다.
주민 4만5000여명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1400여가구에 이르는 경북 청도군은 공무원이 저소득계층과 1:1 결연을 맺어 안부 전화 및 방문 상담 등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담당 부서에 전달하는 공무원 복지 도우미 제도를 운영한다. 대구 중구는 후원자들을 실직·질병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과 이어주는 사랑의 한가족 연결사업을 200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는 2011년 나눔문화단체인 투게더광산을 출범해 복지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 북구와 서울 강북구는 민간 지원을 받아 홀몸노인에게 건강음료를 배달하며 안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충남 천안시에서는 집배원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확인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이들이 직접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영지 박기용 기자, 대구 광주/김일우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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