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한숙희)는 유산을 받지 못한 세 남매가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에 주소가 없고 글자가 수정돼있어 무효”라며 유산을 받은 세 자매를 상대로 낸 유언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2011년 11월 숨진 ㄱ씨는 유언장을 남겼다. 자신의 재산 가운데 50억원의 예금은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아파트 한 채는 둘째딸에게 물려주며, 나머지 재산은 둘째, 넷째, 다섯째 딸이 균등분배하라는 내용이었다. 유언장 본문을 쓴 뒤 날짜와 이름을 쓰고 서명도 했지만 주소는 적지 않았다. 다만, 이 유언장을 담은 봉투에 주소를 적었다. 이를 두고 유산을 받지 못한 첫째, 셋째딸과 여섯째 아들이 소송을 냈다. 이 유언장에는 ㄱ씨의 주소가 기재돼 있지 않고 봉투에 기재된 주소도 ㄱ씨가 실제 살던 장소가 아니어서 유언장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현행 민법에는 유언자가 연월일, 주소 및 성명을 반드시 기재해야 하며 이 중 하나라도 기재하지 않을 경우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돼있다. 주소를 통해 작성자를 구별하고 유언자의 정확한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언서 본문에는 주소가 기재돼 있지 않지만 유서가 담긴 봉투에 주소가 기재돼있어 유서에 주소를 기재하도록 하는 민법의 목적이 달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세 남매는 유언장에 글자가 수정된 뒤 날인이 없어 유언장은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수정된 글자는 아파트 주소의 ‘호’부분과 유언장을 쓴 날짜의 ‘0’ 부분인데, 이는 오자를 정정한 것으로 내용 전달과는 관계없다. 이 부분에 날인이 없다고 해서 유언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유언장과 상관없이 상속재산의 일정부분을 상속자에게 남기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유류분에 대해서는 세 남매의 청구를 받아들여 ㄱ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세 자매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세 남매에게 23억8000여만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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