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1월 7일 발생한 ‘부산 고부 피살 사건’의 피의자를 검거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사건 당일 고부가 살해된 직후 피의자가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가는 것이 버스 블랙박스에 포착된 화면. 부산진경찰서 제공
사건 발생 2개월여 만에 붙잡혀…CCTV에 찍힌 사진이 단서
용의자 “우발적으로 벌인 범행”…경찰, ‘계획 범죄’ 여부 조사
용의자 “우발적으로 벌인 범행”…경찰, ‘계획 범죄’ 여부 조사
‘부산 고부 살인 사건’ 용의자가 사건 발생 2개월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용의자는 숨진 며느리의 여고 동창의 남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12일 부산진구 가야동의 건물 4층 집에서 시어머니 김아무개(85)씨와 며느리 정아무개(65)씨를 살해한 혐의(강도 살인)로 김아무개(66)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 1월7일 오후 2시께 가야동의 한 건물 4층 집에 “부동산에서 나왔다”며 속이고 들어간 뒤 주방에 있던 둔기로 시어머니 김씨와 며느리 정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를 보면, 김씨는 사건 당일 오후 2시께 며느리 정씨의 지하1층·지상4층짜리 건물의 4층 집으로 올라가 혼자 집에 있던 시어머니 김씨한테 “임대를 내놓은 2~3층의 문의를 하려고 부동산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시어머니 김씨는 문을 열어주고 “집주인을 기다리겠다”는 김씨의 말을 듣고 방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집 안을 둘러보는 척하다가 방에 있던 시어머니 김씨를 주방에 있던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2시간여 동안 머물렀다. 이어 그는 집으로 돌아온 며느리 정씨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김씨는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장갑을 낀 채 범행을 저질렀다. 또 그는 강도 사건으로 꾸미려고 집 안의 가스 잠금장치를 부수고 며느리 정씨 가방에서 지갑과 현금 6만원을 들고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그는 훔친 지갑과 범행에 사용한 둔기를 사건 현장 근처에 세워져 있던 화물 차량에 버렸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숨진 며느리 정씨와 친한 여고 동창의 남편으로 김씨의 집안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동안 사건 현장에서 뚜렷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고 피해자 주변 인물 집중 수사에서도 사건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근처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139대와 사건 당시 현장을 지나가는 버스에 딸린 블랙박스 331대의 영상을 수집해 2개월 동안 분석했다. 사건 당시 근처를 지나가는 차량은 2200여대였고 지나가는 사람도 1200여명에 달했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차량과 사람을 일일이 파악해 김씨가 지난 1월9일 경찰에서 “사건 당시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달리 차량을 몰고 현장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했다. 또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신발 자국과 김씨의 신발 자국이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한 뒤 지난 10일 김씨를 붙잡아 추궁한 끝에 범행 일부를 자백받았다.
김씨는 경찰에서 “우발적으로 벌인 범행”이라고 말했지만, 경찰은 김씨가 강도 사건으로 꾸미려고 사건 현장을 훼손한 점과 두 명이나 살해한 점 등 정확한 범행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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