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국기업 첫 허용…“리포&시저스, 사전심사 적합”
‘내국인 카지노’ 전환금지 명시안해…도박특구로 변질 우려
‘내국인 카지노’ 전환금지 명시안해…도박특구로 변질 우려
행정구역으론 인천광역시 중구. <고려도경>에선 제비가 많아 자연도(紫燕島)라 불렸던 영종도는 2001년 바다를 메워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고 2003년 섬의 대부분인 982.4㎢(2977만평)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10여년간 황량한 섬으로 남아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디자인시티, 에잇시티 등 대형사업이 투자 유치 실패로 줄줄이 도산하면서 2012년부터 타개책으로 부각된 것이 카지노 유치다. 그 논의가 본격 시작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외국 기업이 만든 카지노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종도에 들어서게 됐다. 한차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업체가, 외국 카지노 자본만을 위한 제도를 통해 따낸 승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중국·미국계 합작사인 리포 앤드 시저스 컨소시엄(이하 리포&시저스)이 청구한 인천 경제자유구역 영종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 허가 사전심사 결과, 적합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카지노 허가 유효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감독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안도 내놨다. 이 업체는 지난해 6월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신용등급을 개선하는 등 요건을 강화해 이번 심사를 통과했다. 사전심사제는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투자자가 정부의 ‘공모’ 없이도 5억달러 이상 투자를 약속하고 5000만달러만 납입하면 카지노 심사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특례제도다.
리포&시저스가 제출한 계획에 따르면 2018년까지 영종도 운북동 미단시티(270만㎢)엔 7437억원이 투입된 외국인 전용 카지노, 호텔, 쇼핑몰, 컨벤션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어 2023년까지 총 공사비 2조3000억원이 들어간 복합리조트(IR)가 완공된다. 리포&시저스 쪽은 2020년 8900억원의 관광수입 창출, 공사기간 동안 8000여명 고용효과, 운영 과정에서 2100여명 직접고용, 운영 10년차 매출액(6800억원) 기준으로 직접세수효과 1270억원 발생 등의 파급효과를 예상했다. 문체부는 이번 적합 통보가 ‘예비허가’ 성격이라며 매년 회계감사와 투자이행실적 보고 등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허가는 2018년 1월 최종결정된다.
하지만 당장 영종도가 카지노자본의 각축장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추가로 공모 방식을 통해 국내 자본도 참여할 길을 열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 라스베이거스샌즈 등 3~4개 외국 기업이 관심을 갖고 진출 여부를 타진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국내 최대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그룹이 2017년까지 2조원 규모의 영종도카지노 리조트 사업을 진행중이며, 그랜드코리아레저(GKL)도 영종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외자유치’와 ‘고용창출’이란 장밋빛 전망 아래 사행성 강한 카지노 산업이 사회적 논의 없이 도입된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오픈 카지노’로 전환할 가능성은 없다고 하면서도 전환금지를 명시하진 않았다. 최혜자 인천경실련 사무국장은 “단기적으론 미단시티에 투자한 인천도시공사의 유동성 위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지하금융, 섹스산업, 마약,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계획대로 투자가 이뤄질지, 고용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이날 발표에서 국내 고용창출 방안 강구는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창조경제’로 내세운 정부는 영종도를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로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논의는 걸음마도 떼지 않았다.
서정민 기자, 인천/김영환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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