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쓰게 한 뒤
월급서 10만원 떼고 줘
월급서 10만원 떼고 줘
휴학생 이아무개(21)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며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씨는 지난 1월16일 서울 강남구의 ㅅ식당에서 시급 6200원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지난 14일 그만뒀다. 월~금요일 4시간, 토요일 2시간을 일해온 이씨는 둘째달 월급으로 41만2000원을 받아야 했지만 식당 사장 장아무개(47)씨는 31만2000원만 줬다. “5개월 이상 일하지 않았으니 불우이웃돕기 기부금 10만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장씨는 항의하는 이씨에게 근로계약서를 꺼내 보였다. 계약서 아래에는 별첨 항목에 ‘5개월 이상 일하지 않을 경우 불우이웃에게 기부하기로 합의한다’고 써 있었다. 이씨는 일을 시작할 때 말로 듣긴 했지만 월급에서 미리 떼는지는 몰랐다. 그는 계약서에 서명은 했지만 계약서를 받진 못했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을 보면 기부금을 미리 떼고 임금을 주거나 근로계약서를 주지 않은 것 등은 불법 행위다.
이씨는 일을 시작한 첫날 5시간 일한 급여 3만1000원도 못 받았다. 장씨는 “수습기간이니 임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1년 이상 일하는 경우가 아니면 수습기간을 둘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수습기간을 둘 수 있다 해도 임금의 90%를 줘야 한다.
이씨는 31만2000원을 받아들고 무척 억울해 했다. 답답한 마음에 이씨는 18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역삼역 부대찌개집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그제야 장씨는 기부금과 수습기간 급여를 포함해 13만1000원을 돌려줬다.
‘알바노조’의 도움도 받았다. 이씨는 24일 알바노조의 구교현 위원장 등과 함께 사과를 받으러 식당을 찾아갔다. 장씨는 “오래 일하지 않고 떠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많아 ‘기부금 공제’ 조항을 적었는데 앞으로는 빼겠다. 수습기간 법 규정은 몰랐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이씨의 마음은 풀리지 않아 보였다. “혼자 힘으로 살아보려고 열심히 일했는데 상처만 남았어요. 앞으로 저같은 억울한 일이 없었으면 해요.”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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