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베스트코’ 강원지사장 기소
일반고기 섞어 친환경으로 팔고
재포장 등 통해 유통기한도 속여
식당 주방장에 수천만원 주기도
검찰 “강원지역 마트 수백곳 유통”
일반고기 섞어 친환경으로 팔고
재포장 등 통해 유통기한도 속여
식당 주방장에 수천만원 주기도
검찰 “강원지역 마트 수백곳 유통”
안전한 먹거리를 유통하겠다며 골목상권에 진출한 대기업이 미국산 고기를 국내산으로 둔갑시키고 일반 고기를 친환경으로 속여 파는 등 불량 돼지고기를 납품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합동수사단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산지를 속인 불량 축산품을 강원 지역 대형마트와 리조트 등에 유통한 혐의로 대상베스트코 강원지사장 김아무개(51)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대상베스트코는 대상그룹이 2010년 설립한 식자재 유통업체로 사업 초기 시중가보다 20% 저렴하게 식자재를 공급하는 등 무리하게 골목상권에 진출해 중소 영세유통업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 등은 국내산 돼지고기 값이 오르자 납품 단가를 줄일 목적으로 강원도 원주의 대형리조트에 미국산 냉동 돼지갈비를 국내산 냉장 돼지갈비로 허위 기재해 납품한 혐의를 사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산으로 둔갑한 미국산 고기 1.7t이 이 리조트에 납품됐다.
구매대장에 친환경 고기로 허위 기재한 일반 고기와 진짜 친환경 고기를 4 대 1의 비율로 섞은 뒤 전체를 ‘친환경 무항생제 돼지고기’라고 거짓 표기한 혐의도 사고 있다. 이렇게 만든 가짜 친환경 고기 25t을 대형마트 등에 납품해 2억6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유통기한도 속였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원제품을 단순 가공하거나 재포장하는 방식으로 유통기한을 늘린 불량 축산품 29t을 유통해 4억4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도 사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납품한 불량 축산품이 강원도 지역 마트 등 수백곳에 유통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거래처에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매출액의 3~5%에 이르는 거액을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은 이 돈으로 한 뷔페 식당에 축산물을 납품하는 대가로 이 식당 주방장에게 2400여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본사에서 영업 장려를 위해 공식적으로 책정한 것을 법률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돈은 각 거래처에서 부정하게 쓰일 가능성이 크고,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뒷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원주 지역에서 식자재 유통업체를 운영했던 김씨는 자신의 업체를 인수합병한 대상베스트코와의 재계약을 위해 실적 압박에 시달렸으며, 이 때문에 불법적인 축산품 유통으로 내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기획실장(전국을비상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은 “대상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은 식자재의 안전성 때문에 유통업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만 낳았다. 이윤을 남겨야 하는 대기업이 유통업에 진출할수록 불량식품 유통은 만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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