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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놀이터 없애고 아파트 건설…‘콩나물 임대아파트’ 만드나

등록 2014-03-26 20:39수정 2014-03-27 08:55

LH, 주거복지동 지어준다며
사실상 임대아파트 추가 건설
서울·분당 등 9곳서 공사중
녹지·주차공간 더 줄어들어
주민들 “삶의 질 하락” 분노
“임대아파트 사람들은 멀쩡한 놀이터가 사라지고 일조권을 침해당해도 참고 살아야 합니까.”

26일 <한겨레>가 만난 서울 노원구 중계동 주공아파트 9단지 주민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곳 영구임대아파트의 놀이터와 녹지공간, 운동시설에 추가 임대아파트를 짓고 있다. 처음엔 토지주택공사가 ‘주거복지동’을 지어준다고 해서 이들은 좋아했다.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로 건설중인 ‘복지동’에는 지하 1층에 노인정이, 1층에는 공부방과 청소년카페가 만들어진다. 나머지 층은 추가 임대아파트다. 이 아파트 다른 쪽 녹지에는 11층짜리 ‘임대동’이 지어지고 있다. 복지동과 임대동을 합친 주거복지동이 새로 들어서면 주민 400여명(208가구)이 늘어난다.

이 아파트 주민인 한호순(58·지체장애 2급)씨는 “집이 좁으니까 사람들이 다 놀이터에 나와서 지낸다. 복지시설만 만들어주는 줄 알았지 임대아파트가 더 들어서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15층짜리 11개동에 2634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의 놀이터는 5개에서 4개로 줄었다. 5가구당 차량 1대꼴로 태부족했던 주차공간은 더욱 비좁아지게 됐다. 영구임대아파트는 토지주택공사에 소유권이 있어 추가 임대아파트 건설과 관련한 주민설명회도 없었다.

토지주택공사는 지난해 1월 임대아파트의 여유 부지에 임대아파트 추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중계주공9단지 외에 중계주공3단지 130가구, 서울 강서구 가양주공 7단지 180가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목련1단지 220가구, 분당 한솔7단지 248가구,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문촌9단지 210가구, 경기 안산시 단원구 군자13단지 108가구, 인천 연수구 연수1단지 264가구, 인천 부평구 삼산1단지 208가구 모두 9곳이 포함됐다. 2011년 ‘장기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삶의 질 향상지원법’ 개정으로 이런 증축이 가능해졌지만, 해당 주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분당 한솔7단지의 50대 주민 김아무개씨는 “집 베란다 쪽에 임대동이 들어서는데 지금 12층 정도까지 올라왔다. 농구장과 놀이터는 사라지고, 소음만 심해졌다”고 말했다.

임대아파트가 더욱 집중화하면서 복지 혜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시 임대아파트 현황을 보면, 임대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로 2만2226가구나 된다. 강서구는 2만2012가구다. 지난해 노원구 전체 예산의 57%가 복지에 쓰였고, 재정자립도는 22.7%로 서울 자치구 중 최하위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아파트 거주자들이 늘어나면 복지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중계9단지 주민 이아무개(43)씨는 “작년에 구청에서 스포츠 바우처를 1년 동안 지원해준다고 해서 아이 한명당 7만원씩 지원받고 세 아이를 모두 태권도장에 보냈는데 10월부터 예산이 없다고 해서 그만뒀다. 올해 1월부터 다시 지원받고 있지만 동사무소에서는 9월이면 또 예산이 다 떨어질 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단지에서 통장을 맡은 오아무개(55)씨는 “연말에 후원이 들어오면 동사무소에서 급한 사람부터 1순위를 주고 다음 순위를 매긴다. 그런데 이 사람 도와주고 옆집 보면 이 사람도 어렵고 저 사람도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아파트는 분산 건설해야 한다고 말한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는 “기존 임대아파트에 추가 건립을 하면 공급은 효과적일지 모르나 집단화하면서 사회격리 현상이 벌어져서 바람직하지 않다. 임대아파트를 분산하는 게 좋지만,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서 임대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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