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시위때 돌발적 차로 점거
신고와 다르다고 집시법 위반 아냐”
신고와 다르다고 집시법 위반 아냐”
집회·시위가 애초 신고된 내용과 일부 다르게 진행됐더라도 경찰이 무조건 해산을 명령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애초 신고 내용이 명목상 구실에 불과할 정도로 집회·시위가 변질돼야만 해산명령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해산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민아무개(29)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민씨는 2011년 8월27일 밤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한 제4차 희망버스 시위에 나가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 도로에서 연좌시위를 벌인 뒤 독립문 방향으로 차로를 점거한 채 행진했다. 민씨는 ‘신고 내용과 달리 차로를 점거했으니 미신고 시위’라며 3차례 해산을 명령한 경찰에 불응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민씨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찰이 해산명령을 하면서 사유를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거나, 정당하지 않은 사유를 고지한 경우에는 그 명령에 따르지 않았더라도 집시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행진 방향 등을 볼 때 시위가 애초 신고된 내용과 다르게 일부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신고 내용을 명목상 구실에 불과하다고 여길 정도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금지된 시위라거나 신고 없이 개최된 시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신고 시위로 보고 내린 경찰의 해산명령은 부당하므로 이에 따르지 않았다고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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