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해진뒤 전면금지 위헌” 결정
공무원·교사 정치활동금지엔 ‘합헌’
공무원·교사 정치활동금지엔 ‘합헌’
해가 진 뒤부터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야간 시위’를 전면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의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의 시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만 위헌(한정위헌)이라고 결정해, 이 시간대 야간 시위에는 법적 제약이 사라졌다. 그러나 자정 이후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의 시위는 여전히 금지되게 됐다.
헌재는 27일 서울중앙지법이 야간 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와 이를 어겼을 때의 벌칙을 규정한 제23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에서 “해가 진 후부터 같은 날 24시까지의 시위에 적용하는 한 위헌”이라며 ‘한정위헌’ 결정을 했다. 한정위헌 결정은 법률 규정은 그대로 둔 채 ‘해당 조항을 특정하게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밝히는 변형 결정이다.
헌재는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시위를 해선 안 된다’는 해당 조항(제10조·23조)이 시위 금지 시간대를 너무 폭넓게 정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봤다. 헌재는 “자정 이후의 시위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국민의 법 감정과 우리나라의 시위 현황과 실정에 따라 입법자(국회)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관 9명 중 소수의견을 낸 김창종·강일원·서기석 재판관은 “법률 조항 중 일부만이 위헌이라고 해도 그 법률 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봐야 한다. 일정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한정위헌이 아니라 단순 위헌 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헌재는 2009년 9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같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바 있다. 이 결정으로 2010년 7월1일부터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규정은 효력을 잃었다. 집회와 시위의 차이는 ‘이동’ 여부다. 한자리에 모여서 구호를 외치기만 하면 집회이지만, 행진하면 시위로 간주된다.
한편 헌재는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대해선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정당가입을 금지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한철 헌재 소장과 김이수·강일원·서기석 재판관 등 4명은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행위를 규제한 것은 정당하지만, 정당가입까지 금지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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