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수씨 아내가 공동모금회에
여행적금 만기 두달전 세상 떠나
“장학금 써달라” 1천만원 낸 적도
여행적금 만기 두달전 세상 떠나
“장학금 써달라” 1천만원 낸 적도
“건강할 때 한번쯤 크루즈 여행을 가보자며 남편과 적금을 부었는데…. 만기 두달 전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돈을 혼자 쓸 수는 없었어요.”
김기호(79)씨가 홀로 쓸 수 없었다던 돈 1억원을 27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지회에 기부했다. 2012년 세상을 떠난 남편 박찬수(당시 83살)씨를 기부자로 내세웠다. 이날은 85년 전 박씨가 태어난 날이다. 크루즈 여행을 꿈꾸며 들어둔 적금 1000만원은 남편이 떠난 뒤 대전 서구청에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보냈다. 이날 기부한 1억원은 예비역 준장으로 전역한 박씨와 부인 김씨가 30년 동안 조금씩 모아온 돈이다.
부부는 할 수 있는 한 힘든 이웃을 돕고 싶어했다. 1980년 군 전역 뒤 경북 영주 직업훈련원 기술학교 초대 원장을 맡은 박씨는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당시 적금으로 모은 돈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부부는 경북 칠곡 소년원을 찾아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활동도 꾸준히 벌여왔다. 김씨는 “바깥양반이 생전에 큰돈은 주지 못하더라도 늘 마음이라도 나누고 살면 그게 제일 행복한 거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고 전했다.
남편의 뜻이 담긴 돈 1억원을 기부하면서도 김씨는 한사코 “너무 적은 돈이라 부끄럽다”고 되뇌었다. “모자가정, 탈북자, 학생들… 돌아보면 어려운 이웃이 너무 많아요. 그런 분들을 보며 자주 울음이 나와요. 이런 분들을 위해 어느 곳에 쓰여도 뿌듯하겠습니다.” 김씨의 남편 박씨는 고인으로서는 8번째로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회원패에는 박씨가 즐겨 읊조리던 문구가 새겨졌다. ‘최상의 행복은 나눔에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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