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목적·강제성 등 따져봐야”
빠지기 힘든 회식에서 많은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 사고로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차행전)는 박아무개씨 부인이 “유족 급여와 장의비 비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건축물 안전진단과 하자감정 등의 평가보고서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던 박씨는 지난해 1월 초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숨졌다. 택시를 타고 집 앞에서 내린 뒤 아파트 주차장을 배회하다 5m 높이 옹벽 아래로 추락해 동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회사 밖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 인원과 강제성 여부, 비용 부담 주체 등을 따져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 아래 있었던 것인지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통상 하나의 용역 업무가 마무리되면 직원 모두가 참석하는 회식을 했고, 직원이 4명에 불과한데 모두 1~3차 회식에 참석했다. 또 사장이 매형이기 때문에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회식에 불참하기 어려웠다. 회식비와 귀가 택시비도 회삿돈으로 처리했다. 따라서 회식 후 사고는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의 평소 주량은 소주 1병 반 정도인데 그보다 많이 마셨다. 박씨의 과음이 독자적·자발적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거나, 과음으로 인한 심신 장애와 무관하게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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