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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대법 “민주화 보상금 받았으면 국가에 손배 청구 못해”

등록 2014-03-31 08:16수정 2014-03-31 09:26

70년대 동일방직 해고 노동자들에
“4천여만원 지원금 지급 동의해
민사소송상 화해 이미 성립”
‘국가 불법 땐 배상’ 하급심 판결과 배치
비슷한 소송 400여명에 영향 줄 듯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생활 지원금을 이미 받았다면 국가가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 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국가의 불법행위에 위자료 성격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던 하급심 판결과 정면으로 어긋나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최연봉(59)씨 등 전 동일방직 노조원 2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은 원고들은 이미 민사소송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며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동일방직에서는 ‘알몸시위’ 진압(1972년)과 ‘똥물 테러’ 사건(1978년) 등을 겪으며 124명이 대량 해고를 당했고, 이들은 ‘블랙리스트’로 관리돼 재취업의 길이 막혔다. 이들은 2001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아 각각 생활지원금 4000만~5000만원을 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10년 노조 탄압 배후에 중앙정보부가 있음을 밝혀내고 피해자 명예 회복을 국가에 권고했다. 전 동일방직 노조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소송을 냈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최씨 등 22명이 낸 소송에서 서울고법은 2012년 5월 “민주화운동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해, 위자료를 포함해 피해 일체에 대한 민사소송법상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민주화운동보상법에 있는 ‘보상금 지급 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재판부들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의 다른 재판부 두 곳은 2012년 7월과 12월 “민주화운동보상법은 적극적 손해(일실수입)와 소극적 손해(치료비)에 대한 보상만을 다루고 있다”며 “정신적 고통에 관한 위자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13일 생활지원금 지급을 민사재판의 화해 성립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하면서, 비슷한 경우의 피해자들도 재판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묻고 위자료를 받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조영선 변호사는 “민주화보상법의 생활지원금은 상한이 5000만원이고, 일정 소득이 있거나 공무원인 사람은 받을 수 없었다. 생활지원금을 받은 이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없다면,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아 생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이들만 배상을 받는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했다.

대법원에는 비슷한 성격의 사건들이 여러 건 계류돼 있다. 1974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3년간 옥살이한 오종상(73)씨, 유신헌법에 반대하다 간첩으로 몰린 김우종(84) 전 경희대 교수, 민청학련 사건으로 복역한 강창일(62)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보상금을 받았지만 하급심에서 정신적 위자료를 별도로 인정받았다. 비슷한 소송 관련자는 4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6월 현재 민주화운동보상법으로 보상금(791명)이나 생활지원금(4141명)을 받은 사람은 4932명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의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하급심 판결이 계속 엇갈린데다 관련자가 많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겨 공개변론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31일 발행되는 <한겨레21> 1005호 표지이야기 ‘참을 수 없는 대한민국의 뻔뻔함’에서 볼 수 있다.

정은주 <한겨레21>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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