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명 중 26명…경력 뒷받침 의혹
임기 2년 뒤 판사 지원 자격 채우기
‘법원의 인재 확보용’ 의혹 일어
“국선 선호도 높아 갈등” 분석도
임기 2년 뒤 판사 지원 자격 채우기
‘법원의 인재 확보용’ 의혹 일어
“국선 선호도 높아 갈등” 분석도
지난달 새로 채용된 국선 전담 변호사 가운데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러크) 출신이 4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예비 판사’로 불리는 재판연구원들의 경력을 관리해주려고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겨레>가 전국 5개 고등법원에 ‘2014년 국선전담 변호사 신규채용 현황’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내용을 보면, 62명 가운데 재판연구원 출신이 26명(42%)이다. 서울고법은 37명 중 15명, 대전고법과 대구고법은 각각 5명 중 2명, 광주고법은 8명 중 6명, 부산고법은 7명 중 1명이다. 국선전담 변호사 선발 경쟁률은 8.1 대 1이었다.
재판연구원 출신 지원자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연구원을 마치고 법률시장에 나온 100여명 중 상당수가 로펌 등으로 진출한 것을 고려하면, 재판연구원 출신 지원자들의 국선전담 변호사 채용률은 꽤 높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법연수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 중 선발돼 2년간 재판을 보조하는 재판연구원은 ‘예비판사’로 불린다. 법조일원화(경력법관제)에 따라 판사가 되려면 3년 이상 법조 경력이 필요한데, 재판연구원들은 2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이상 변호사 경력을 쌓으면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국선전담 변호사 채용 공고를 낼 때도 법원이 재판연구원에게 특혜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변호사는 “법원행정처가 국선전담 변호사들한테 ‘재판연구원이 국선전담 변호사로 임용되면 잘 가르쳐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는 말이 돌았다”고 전했다.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논평을 내어 “국선전담이 재판연구원 경력 쌓기에 이용되면 안 된다. 재판연구원 출신 국선전담 변호사가 2년 계약기간 뒤 판사 신분으로 법원에 복귀하기 위해 재판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국선전담 변호사는 이번 채용 결과에 대해 “무죄를 연간 10회 이상 받아낸 유능한 동료들이 많이 탈락했다. 법원의 (재판연구원 우선 채용) 정책이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지난달 “국선전담 변호사 선임·관리권을 제3의 기관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관계자는 “국선전담 변호사 채용 방식은 외부인들이 포함된 국선변호감독위원회가 관리하므로 법원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특혜 의혹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변호사 수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자, 안정적 수입을 보장받는 국선전담 변호사의 선호도가 높아져 논란이 생긴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변호사 업계는 사법연수원과 로스쿨 졸업생들이 변호사·검사로 진출하려는 경향이 강화되자 법원이 사람을 뺏길 수 있다는 조바심에 재판연구원을 계속 관리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대 대형 로펌 인사 담당자를 불러 재판연구원 채용 간담회를 열려다가 ‘재판연구원 취업 알선에 나섰다’는 비판을 듣자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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