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인력확충 없다”…버스회사가 ‘온종일 운전’ 방조

등록 2014-03-31 20:31수정 2014-03-31 22:26

송파사고로 본 버스운전 노동실태
서울 송파 버스 사고의 1차 원인으로 운전자의 졸음운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용 없는 버스준공영제’의 폐해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건비 적정화’ 등 서울시의 재정 지원 평가 기준을 의식한 버스회사들이 신규 채용을 주저하는 탓에 준공영제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짭짤한’ 연장근무 수당을 바라는 일부 운전자들이 가세하며 이런 상황이 방치되고 있다.

■ 버스 1대에 운전자 2.2명 정아무개(69)씨는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버스를 40년간 몰았다. 그가 일하는 ㅇ운수는 버스 88대를 운영하는데, 운전자는 195명으로 버스 한 대당 2.33명꼴이다. 정씨는 31일 “사고가 나면 운전자가 책임져야 해 다른 사람과 교대하는 경우 회사에 반드시 알리고 있다. 회사가 운전자의 연장근무를 모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아무개(48)씨가 다니는 ㅅ기업에서는 오전·오후 18시간 연속근무인 ‘꺾기’를 아예 회사에서 ‘허용’하고 있다. 운전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주버스협의회 운수노동정책연구소의 2012년 보고서를 보면, 2004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서울시 버스준공영제의 버스 한 대당 적정 운전자는 2.6명이다. 서울시가 올해 제시한 적정 비율은 이보다 많은 2.77명이다. 그러나 대다수 버스회사들이 ㅇ운수처럼 적정 운전자 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는 1월 말 기준으로 66곳, 운행 중인 버스는 7485대다. 전체 운전자 수는 1만6501명으로, 대당 운전자는 2.2명에 그친다. 이번에 사고가 난 ㅅ상운도 운전자 233명이 버스 104대를 몰고 있어 대당 2.24명에 불과하다.

이 정도 비율에서는 여유 인력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 갑자기 휴가를 내면 다른 운전자들이 오전·오후를 연달아 근무하는 무리한 운행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번 사고로 숨진 운전자 염아무개(60)씨도 노모를 간병해야 하는 동료의 부탁으로 새벽 5시30분부터 무려 18시간을 연속 근무해야 했다.

버스 한대당 인력 2명 간신히 넘어
동료가 쉬면 오전·오후 연달아 근무
일부는 수당 챙기려 피곤해도 자청

서울 준공영제 개선 요구 목소리도
지원한 인건비 운용 감독강화 필요
“장시간노동 막을 정책 뒷받침돼야”

■ 인건비 평가의 함정 서울 시내버스 면허권자인 서울시는 운전자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적자 노선을 달리는 버스의 손실도 보전해 준다. 대신 버스회사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이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버스 회사들을 ‘관리’한다. 시는 운전자의 음주 여부나 피로 상태 등의 관리를 버스회사가 제대로 했는지 평가해 재정 지원에 반영한다.

하지만 버스준공영제가 취지와 달리 일부 버스 운수업자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일면서, 시는 버스회사에 경영 합리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버스회사 평가 때 ‘인건비 관리의 적정화를 통한 경영 합리화’ 분야에 100점(2000점 만점)을 부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건비가 제한되다 보니 버스회사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이번과 같은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길 민주버스협의회 의장은 “준공영제 이후 개선된 것이 많지만 아직도 버스회사 관리는 전적으로 회사가 알아서 하게 돼 있다. 특히 운전자 수가 부족한데도 회사가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연장근로 수당만 지급하는데, 이를 시가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영수 연구원은 “퇴직 등으로 현장 인원이 부족해지는데도 시가 재정 관리를 하다 보니 버스회사는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한 번에 10만~15만원이 나오는 연장근무를 마다하지 않는 상당수 운전자들도 ‘피곤·졸음운전’을 부추기는 배경이다. ㅅ기업에 다니는 이씨는 “주5일 근무를 하면 월 210만원 정도를 받는데 몇 번만 연속근무를 하면 월 300만원을 채울 수 있어 연속근무를 하게 된다”고 했다.

박기용 최우리 기자 xe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